이란 최고지도자 "간밤 美에 뺨 한 대 갈겼지만 충분치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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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의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공격은 "보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밤 우리는 미국의 뺨을 한 대 갈겼지만(slap in face) 충분치 않다"면서다.

하메네이는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종교도시 곰의 성직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같이 연설했다. 더 강력한 추가 공격을 예고한 셈이다.

하메네이는 연설에서 "중동에서 썩어 빠진 미군 주둔을 끝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뺑소니 치려는 미국을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남을 괴롭히는 강대국에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군사력이 잘 갖춰진 나라"라며 "우리가 양보하면 미국도 이란에 대한 적대를 멈추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언론은 우리가 미국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다"면서 "완전히 틀린 말이며 (당한 범죄를 그대로 갚아줘야 한다는) 쿠란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또 연설 내내 미군의 이라크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찬양하며 미국을 비난했다. 솔레이마니의 '순교'를 강조하며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TV로 중계된 이날 연설에서 하메네이가 "미국의 뺨을 때렸다"고 발언한 부분에서 대중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하메네이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을 "혁명이 살아있다는 의미"라고 말하자 청중 다수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3일 미군에 의해 폭사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복수를 위해 이날 오전 1시 20분쯤 이라크의 미군 주둔 기지 최소 2곳에 미사일 십수발을 쐈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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