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김정일과 다른 행보···美 '드론참수'에도 움직인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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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시 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 7일 일제히 전했다. 김 위원장의 새해 첫 현지 지도다. 지난 2일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닷새만이다.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을 공격해 제거한 이후 일각에서 잠적설이 나왔는데 예상을 깬 행보다.

북한 매체 7일 "김정은, 순천 인 비료공장 현지지도" #김정일은 아프간, 이라크전때 25일, 50일 잠적 #특수관계 이란 군부 수장 사망, 전운 고조에도 공개활동 #"이란 위기 개의치 않고, 내부적인 절박성 보여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순천 인비료공장 건설은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에 수행할 경제과업 중 당에서 제일 중시하는 대상 중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새해 첫 지도사업으로 이 공사장부터 찾아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7기 5차)에서 '농업 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 타격 전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를 북한 농업의 핵심인 비료공장 건설 공사장을 찾음으로써 올해 식량 증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북한은 만성적인 비료 부족으로 2000년대 중반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각종 거름을 활용해 왔다.

특히 이날 현지지도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으로 공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을 깬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3일 미국의 공격 이후 김 위원장이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한동안 잠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2001년)이나 이라크(2003년) 등 미국과 대척점에 있던 국가들을 공격했을 때 각각 25일과 50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해 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예년과 다름없이 공개 행보에 나섰다. 이는 김 위원장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에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김 위원장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고 있다"며 "자신은 솔레이마니와 다르다고 인식하거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장기전과 정면돌파전을 강조했다"며 "본인 스스로 이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부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현지 지도에서 "정세가 아무리 엄혹해도 우리의 이상이 실현될 것"이라거나 "자력갱생을 계속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집권 다음 해인 2013년엔 대성산 종합병원(1월 19일), 2014년 수산물 냉동시설(1월 7일), 2015년 평양애육원(1월 2일), 2016년 과학기술전당 준공식(1월 2일), 2017년 평양 가방공장(1월 5일), 2018년 국가과학원(1월 12일)을 각각 찾았다. 2019년엔 중국을 방문했다. 매년 김 위원장이 주안점을 둔 정책과 관련한 장소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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