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루팡'에 망신당한 日…GPS 부착하고, 도주죄도 적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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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에 망신을 당한 일본이 뒤늦게 ‘보석 기간중인 피고인’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쿄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고 있다.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쿄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고 있다.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7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보석 중 피고인들의 도주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해 관련 대책을 강화키로 했다.

형무소 도주에만 적용되는 도주죄 확대 #보석 후 동향감시 위해 GPS 부착 검토 #개인용제트기 반입 수하물검사 의무화 #곤은 신칸센 타고 유유히 오사카 이동 #8일 회견 앞두고 "검찰 기소는 쿠데타"

법무성은 빠르면 다음달 법상의 자문기구 ‘법제심의회의’를 개최해 관련 법 개정 문제를 논의한다.

먼저 현재는 형무소 등으로부터 도주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도주죄의 적용 범위를 '보석중 피의자의 도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은 법원으로부터 증인 출두를 요청받은 사람이 출두하지 않았을 경우 1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이 조항은 보석중 피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석중 피고인에게도 같은 벌칙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요미우리 신문은 예상했다.

신문은 “(곤 전 회장과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선)위상항법장치(GPS)단말기를 부착하는 방법을 통해 보석후 동향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 그런 과제들도 법제심의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곤 전 회장외에도 일본에선 지난해 6월 보석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가 판결 집행을 위해 찾아온 검찰 관계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도주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밖에 국토교통성은 하네다·나리타·간사이 공항 등에서 이착륙하는 개인용제트기을 대상으로 반입 수하물 보안검사를 의무화키로 했다.

한편 일본 검찰과 경찰이 방범 카메라를 토대로 동선을 역추적하는 소위 ‘릴레이 방식’의 수사를 진행하면서 곤 전 회장의 도주 행적이 더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0분쯤 도쿄 미나토구의 거처를 홀로 빠져나간 곤 전 회장은 택시를 타고 800m 정도 떨어진 롯폰기의 고급호텔에 들렀다.

이곳에서 그는 도주극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 두 사람과 합류했다.

이들 3명은 오후 4시 30분쯤 시나가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신오사카역으로 이동했고, 오후 8시30분쯤엔 간사이 공항 부근의 고급 호텔에 도착했다.

그러나 두 시간 뒤 미국인 두 사람이 호텔을 나설 때 곤 전 회장의 모습은 없었다. 이 미국인들은 대신 각각 큰 상자를 실은 바퀴 달린 대차(운반기구)를 밀면서 나왔고, 택시편으로 간사이 공항으로 이동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중앙포토]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 [중앙포토]

곤 전 회장은 이 박스 속에 몸을 숨긴 뒤 수하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 없이 개인용제트기에 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곤 전 회장은 음향기기용 박스에 숨었고, 다른 박스 하나엔 스피커가 들어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곤 전 회장을 지원하는 팀은 복수의 국적을 가진 10~15명으로 구성됐고, 일본을 20회 이상 방문해 10개 이상의 공항을 미리 살폈다”고 전했다.

이어  “간사이 공항의 개인용제트기 전용 시설의 경우 비행기 도착때를 빼면 거의 사람이 없고, 큰 화물의 경우 엑스레이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착안해 이 공항을 골랐다”고 했다.

레바논으로의 도주에 성공한 곤 전 회장은 8일(현지시간)기자회견을 할 예정인데, 미국의 언론 매체를 통해 "일본 검찰의 기소는 쿠데타이며, 여기에 관여한 일본 정부 관계자의 실명을 회견에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일본내에선 곤 전 회장의 기상천외한 도주극에 대해 "(인기 만화 시리즈인)루팡 3세를 보는 듯하다"(TBS 아나운서 아즈미 신이치로)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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