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실패 간부 6명 영장 청구에 해경은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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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 실패 책임을 물어 김석균(55)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현직 해경 간부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해경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해경 내부는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해경 본청 등 10여곳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을 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면서 해경은 “과거 수뇌부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하지만 수뇌부가 아닌 실무 책임자까지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자 해경 내부에선 불만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해양경찰청 [뉴스1]

해양경찰청 [뉴스1]

檢, “세월호 구조 의무 소홀”…해경 전·현직 간부 구속영장 청구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은 6일 김 전 청장과 김수현(63)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62)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 당시 해경 간부 6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청구 대상엔 당시 해경 본청 경비과장, 서해청 상황담당관 등 실무 책임자도 포함됐다. 김 전 청장 등은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하선 유도 지휘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해경 수뇌부의 신병 확보에 나서기는 2014년 4월 참사 발생 이래 5년 9개월 만이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해양경찰청에서 압수수색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를 위해 설치된 대검찰청 산하 특별수사단은 이날 해양경찰청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해양경찰청에서 압수수색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전면 재조사를 위해 설치된 대검찰청 산하 특별수사단은 이날 해양경찰청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뉴스1]

해경 간부 “실무자까지 영장 청구할 줄은….”

한 해경 간부는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고 대대적인 압수 수색까지 벌이면서 과거 수뇌부 2명 정도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당시 상황·경비 실무 책임자들까지 문제 삼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세월호 참사 수사 때는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경일 전 해경 123 정장만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이 해경 지휘부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김 전 정장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8년 만기출소했다. 한 해경 관계자는 “과거 수사 때 김 전 정장만 재판에 넘겨지면서 ‘왜 아랫사람만 처벌하느냐?’는 의문이 있었는데 드디어 수뇌부도 책임을 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뉴스1]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뉴스1]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게 됐다”, “과거 검찰 수사 부실” 의견도

해경 일각에선 ‘검찰이 중복 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직후 벌어진 검찰 수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총선을 앞두고 ‘진상조사’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건드렸다는 주장이다. 해경 측 인사는 “과거 수사 때는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며 기소도 못 했던 검찰이 뒤늦게 해경 전·현직 수뇌부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과거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방증 아니냐”며 “해경뿐만 아니라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상대로도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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