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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일찍 찾고 적게 자르니···수술 환자 생존율 72%로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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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은 폐암 환자가 암 진단 후 5년 넘게 생존해 있을 확률이 15년 전보다 10% 포인트 이상 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 환자의 70%는 사실상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많아진 데다 폐를 적게 잘라내는 등 수술 기법이 과거보다 발전한 영향이다.

2002~16년 수술받은 7500여명 분석 #15년간 폐암 환자 5년 생존율 10%p↑ #“조기 발견 늘고 수술 기법 발달 덕”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폐암수술팀은 2002~16년 폐절제술을 받은 폐암 환자 7485명의 치료 결과를 5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15년간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이렇게 대규모로 연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실렸다.

한 대학병원에서 폐암 의심환자에게 형광기관지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한 대학병원에서 폐암 의심환자에게 형광기관지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연구진은 2002년 1월~2016년 12월 폐암 진단을 받은 뒤 폐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5년 단위로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생존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2~2006년 평균 61.1%였던 5년 생존율이 2012~16년에는 72.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마다 1~2기 환자가 70~80%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3~4기도 20~30% 남짓 됐다. 암 환자는 치료 이후 5년 넘게 생존할 경우 의학적으로 완치됐다고 본다.

폐암 환자 저선량 CT 촬영 사진.[중앙포토]

폐암 환자 저선량 CT 촬영 사진.[중앙포토]

폐암의 5년 생존율은 30.2%(2016년 기준)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12.2%) 다음으로 생존율이 낮다. 그러나 수술 기법이 꾸준히 발전하고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고성능 검사 장비로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면서 수술받은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덩달아 향상됐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수술 후 흉터나 감염 위험,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슴에 3~4㎝ 정도의 구멍 두세 개만 뚫고 내시경을 가슴 안으로 넣어 폐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비율이 특히 크게 늘었다. 2002~2006년 약 9.7%에 불과하던 비율이 2012~16년 74.5%까지 높아졌다. 과거에는 가슴을 크게 절개해 수술했지만, 최소 침습 방법이 주로 사용되면서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줄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폐는 오른쪽 세 개, 왼쪽 두 개의 엽으로 이뤄져 있는데 암이 생긴 엽 전체를 들어내는 폐엽 절제술 대신 암이 생긴 부위를 중심으로 특정 엽 일부만 잘라내는 폐엽 이하 절제술 비율도 같은 기간 약 4.3%에서 20%로 올랐다. 폐엽의 일부만 잘라내면 환자의 폐 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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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훈 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 치료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 2005~2006년에만 해도 흉강경 수술을 받는 환자가 4분의 1도 안 됐는데 지금은 메이저급 병원에서 90% 가까이한다"며 "폐엽 절제를 원칙으로 했는데 최근엔 많이 안 떼어내다 보니 수술 후 상처가 작고 폐 기능을 보존하는 등 예후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영향으로 70세 이상 고령 수술 환자도 2002년 13.3%에서 2016년 25.3%로 늘었다.

건강검진 등을 이유로 CT 검사를 하다 우연히 조기에 발견하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도 있다. 폐암은 초기에 증상을 자각하기가 어렵다. 증상이 있어도 기침이나 가래 정도라 감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X선 촬영으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고 CT 검사로 폐암이 의심되면 확진을 위해 기관지 내시경검사, 경피적세침생검술 등 조직검사를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1기 진단 후 수술받은 환자의 비중은 2002~2006년 10명 중 4명(40.6%)꼴에서 2012~16년 약 56%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 교수는 “기존 흉부 CT보다 방사선 노출량은 5분의 1 정도로 적고 폐 질환 발견율이 최대 10배가량 높다고 알려진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활성화됐다”며 “고령화로 폐암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지만, 수술 기술의 발전과 조기 발견한 폐 선암 환자 비율이 커지며 오히려 5년 생존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대표적 암 질환이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은 역시 흡연이다. 통상 15년 이상 흡연했다면 폐암 고위험군으로 본다.

최근 흡연율은 크게 줄고 있지만, 폐암 환자 수 추이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만 2만6985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폐암은 위암과 대장암에 이어 전체 암 발생자 중 3위를 차지했다.

의사들은 고령이고 흡연전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폐 검진을 권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만 54~74세이면서 30갑년(매일 1갑씩 30년 흡연)이상 흡연한 사람에게 폐암 검진비의 90%를 건강보험 급여로 지급한다. 약 11만원 가운데 10%인 1만원가량만 내면 검진받을 수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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