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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암 생존율 사상 첫 감소…대장·갑상샘·담낭암이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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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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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의 생존율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장암 생존율 감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일각에서는 대장암 생존율 향상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파죽지세로 상승해 왔다. 치료기술 향상, 항암제 발전, 조기 검진, 암 진료비 경감 등이 결합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올해 70.4%, 전년보다 0.2%p 줄어 #대장암 75.9%→75%, 남자 더 감소 #복지부, 첫 감소 사실 공개 안 해 #"생존율 상승 한계치 도달" 분석도 #5년 생존 암환자 100만명 넘어서

보건복지부는 23일 국가암등록통계(2017년 현황)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2013~2017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이하 생존율)이 70.4%이며, 10명 중 7명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93년 이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 발표한 2012~2016년 환자 생존율(70.6%)보다 근소하게 떨어졌다는 사실은 드러내지 않았다. 생존율 감소는 정부가 2005년 암 공식 통계를 발표한 지 14년 만에 처음이다. 암 생존율은 93~95년 환자 42.9%에서 줄곧 상승해 왔다.

1년 사이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암은 대장암이다. 지난해(2016년 기준) 발표 당시 생존율이 75.9%에서 올해 75%로 떨어졌다. 남성은 77.8%에서 76.6%로 감소 폭이 좀 더 컸다. 여성은 73.2%에서 72.6%가 됐다. 담낭 및 기타 담도암도 29%에서 28.9%로, 갑상샘암도 100.2%에서 100.1%로 줄었다. 대장암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2014년 환자를 기준으로 비교해보자. 대장 중 S자 결장암의 생존율은 한국이 71.8%이다. 미국(64.9%), 영국(60%), 일본(67.8%)보다 높다. 원영주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장은 "대장암 조기 검진이 도입된 이후 생존율이 죽죽 올라갔다. 생존율도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한계에 봉착하는데, 지금이 그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암 환자 5년 생존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암 환자 5년 생존율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도 있다. 암은 고령일수록 증가한다. 고령화와 뗄 수 없다. 원 부장은 "고령 연령층에서 암이 발생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조희숙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고령일수록 암 병기가 높은 상태에서 발견되고 이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점이 생존율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대장암 검진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가암검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50대 이상이 분별잠혈검사(대변에 피가 섞여 있는지 검사)를 하게 돼 있는데 검진율이 33.1%로 낮다. 조 교수는 "대변 검사에서 이상이 있을 경우에만 대장내시경 검진을 지원한다. 일부 지역에서 처음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시범사업을 하는데, 대장내시경 검사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대외협력실장은 "생존율이 매우 높은 갑상샘암 발생이 줄면서 전체 생존율을 떨어뜨린 것 같다"며 "1년 치 변화라서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갑상샘암이 급증하다 과잉검진·과잉진료 지적이 일면서 갑상샘암 발생이 줄었다. 그런데 이 암은 생존율이 100% 넘는다. 생존율이 매우 높은 이 암의 비중이 줄면서 전체 평균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갑상샘암을 뺀 나머지 암의 생존율은 지난해 64.4%에서 65%로 올랐다. 대부분의 암의 생존율은 증가했다. 위암은 지난해 76%에서 올해 76.5%로, 폐암은 28.2%에서 30.2%로 증가했다. 갑상샘·전립샘·유방암은 생존율이 90% 넘는다. 하지만 폐암뿐만 아니라 간암(35.6%), 췌장암(12.2%),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9%)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암 진단 후 5년이 지난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는 점이다. 103만9659명으로 조사됐다. 전년(82만3071명)보다 약 22만명 늘었다. 10년 상대 생존율은 65.8%였다.

진단 후 경과기간별 암 환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진단 후 경과기간별 암 환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암 환자는 전년 조사 때보다 0.4% 늘었다. 다만 인구 변화 요인을 제거(2000년 인구 기준과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따지면 2011년 이후 암 발생률은 연 2.6% 줄고 있다. 대장암은 2010년, 갑상샘암은 2011년, 폐암(남성)은 2005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위·간·자궁경부암은 99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유방·전립샘·췌장·신장암은 99년 이후 발생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방암과 여성 폐암이 문제다. 유방암은 2002년 이후 연평균 4.6% 증가한다. 증가율이 가장 높다. 다음이 신장암(2.2%)이다. 남성 흡연율 감소 덕분에 남성 폐암은 2005년 이후 연 1.5% 감소하지만 여성은 2011년 이후 연 0.1% 늘고 있다.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5년 상대 생존율=암 환자 예후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 암 환자와 일반인 집단의 성별과 나이를 동일하게 맞춰서 암 환자가 일반인과 비교해 5년간 얼마나 생존하는지를 산출한 값이다. 100%이면 일반인과 생존율이 같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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