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수부대 출신 영웅 도움"···곤 도주극 日선 "루팡 3세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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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통해 일본을 빠져나갔을 때 비행기에 반입된 수하물 일부가 엑스레이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NHK가 5일 보도했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지난 4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쿄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고 있다.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지난 4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도쿄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고 있다. [사진=TV아사히 화면 캡쳐]

NHK는 “곤 전 회장이 간사이 공항을 떠날 때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개인용제트비행기엔 높이 1m가 넘는 큰 박스 형태의 케이스들이 여러 개 실렸다"며 "이 수하물에 대해선 '출발 전 엑스레이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관계자에 대한 취재에서 새롭게 밝혀졌다”고 했다.

"간사이공항 출발때 수하물 검사 안 받아" #"곤 전 회장,음향기기 박스에 숨어 탑승" #박스엔 호흡용 구멍에 바퀴도 달려 있어 #美특수부대 출신 영웅 함께 탑승해 도움 #일본서는 "인기 만화 루팡 3세 보는 듯"

개인용비행기의 경우 운항하는 회사나 기장의 판단에 의해 엑스레이 검사가 실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NHK는 “케이스가 꽤 크고, 엑스레이 검사 기계에 넣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공항관계자의 설명도 전했다.

NHK의 보도는 앞서 3일(현지시간)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전자판이 “곤 전 회장이 일본을 출국할 때 커다란 음향기기용 검은 상자에 숨어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이 탄 소형비행기엔 검은색 케이스가 두 개 발견됐다.

이 중 곤 전 회장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케이스의 바닥엔 호흡용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또 이동을 위한 바퀴도 달려있었다고 한다.

다른 케이스엔 스피커가 들어있었는데,이는 “공항 수하물 검사에서 음향기기라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산케이 신문)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밖에 터키 당국의 수사 상황에 밝은 정보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 민간경비 회사 관계자 등 2명이 동행해 곤 전 회장의 도주를 도왔다”고 전했다.

두 사람 중 그린베레 경험이 있는 이는 마이클 테일러로, 그는 2009년 탈레반에 구속됐던 뉴욕타임스 기자를 탈출시키는 데도 관여해 경비업계에선 유명한 존재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가 공개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과 부인 캐롤의 사진. 곤이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처음 공개된 곤의 모습이다. [NHK 캡쳐]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가 공개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과 부인 캐롤의 사진. 곤이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처음 공개된 곤의 모습이다. [NHK 캡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30일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곤 전 회장은 강한 빗속에서 90m 정도를 차로 이동한 뒤 다른 소형비행기로 갈아타고 레바논으로 향했다고 한다.

한편 일본내에선 곤 전 회장의 일본 도주극에 대해 “시중엔 루팡 3세를 보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TBS 아나운서 아즈미 신이치로)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도 루팡 3세'를 주인공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50년이 넘도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를 보는 것 처럼 곤 전 회장의 도주극엔 드라마적인 요소가 흘러 넘친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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