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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10명중 4명 불출마···허울만 좋은 민주당 '공천배제'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총선 출마 후보자가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하고 거주 목적 외 집 처분을 요청한다"며 사실상 공천 1주택 기준을 표명했다. 왼쪽부터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총선 출마 후보자가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하고 거주 목적 외 집 처분을 요청한다"며 사실상 공천 1주택 기준을 표명했다. 왼쪽부터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중 부동산 규제 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의원은 총 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해서 ‘매각 서약서’를 받기로 했다. 해당 의원 10명이 출마하려면 ‘2년 내 주택을 팔겠다’는 약속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당장 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지만, 실제로 파장은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원들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데다, 그나마 그중에서 4명은 총선 불출마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다주택자 매각서약’ 방침이 보여주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정기재산변동신고를 집계해본 결과 민주당 의원 129명 중 재산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정은혜 의원을 제외한 128명 가운데 진영·백재현·최운열·이용득·윤호중·유승희·서영교·김한정·이후삼·김병욱 등 10명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했다.

민주당 의원 주택보유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민주당 의원 주택보유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해당 의원 가운데는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거나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원이 4명 포함됐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진영 의원과 백재현·이용득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운열 의원도 출마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총선 후보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 2채 이상 보유할 경우 잉여 주택 매각 서약서를 받는다. 서약한 후보자가 당선 후 2년 내 실거주 목적 주택 1채 외 다른 주택을 팔지 않으면 당은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를 내린다.

더불어민주당 제1회 총선기획단 회의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해찬 대표, 윤호중 총선기획단장(왼쪽 셋째부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1회 총선기획단 회의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해찬 대표, 윤호중 총선기획단장(왼쪽 셋째부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3주택자인 윤호중 사무총장(총선기획단장)은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2채 중 1채는 팔았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상가로 분류되는 주상복합건물을 제외하고, 주택으로 분류되는 2채 중 1채는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 2채 가진 민주당 의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 2채 가진 민주당 의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에 주택 3채를 보유한 서영교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채 중 아파트 1채는 매각 과정 중이어서 사실상 2채다. 중랑구 아파트 1채는 제가 살고 있고, 단독주택 1채는 시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사실상 실거주”라고 해명했다.

경기 남양주 별내동에 아파트 1채, 서울 종로구에 단독주택 1채를 보유한 김한정 의원은 “남양주 아파트는 전세로 살면 유권자들이 언제든지 지역을 떠날 사람으로 봐서 20대 총선 당선 직후 융자를 끼고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머지 집 1채는 인왕산 자락에 있는데 단독주택이어서 잘 안 팔린다. 투기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아내도 왜 샀느냐고 핀잔을 주는 집”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 아파트 2채를 가진 김병욱 의원은 “2채 중 1채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속받은 것인데 매각을 할지 아들에게 물려줄지 생각해볼 것이다. 집을 2채 갖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의 방침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저는 당에서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 다들 사정이 있는데….무차별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당이 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선기획단의 방침이 대중영합적 대책이라는 비판도 당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의원 몇 명이 주택을 판다고 집값이 안정되느냐.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심사기준으로 만들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총선기획단 소속 의원은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다주택자가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점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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