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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창업가처럼 도전하라” 구광모 “고객 마음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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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신년회에서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 분 한 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신년회에서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 분 한 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재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신년 메시지의 화두는 ‘미래’와 ‘고객’, ‘디지털 혁신’으로 요약된다.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빠른 변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내용·형식 달라진 재계 시무식 #정의선 “향후 5년간 100조 투자” #신동빈 “고객과 지속적 공감을” #정용진 “성공의 틀에 갇히지 말라” #허태수 “디지털 인재 육성하자” #SK는 시민 인터뷰, 신입사원 대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일 신년회에서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다각화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올해는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출발한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전동화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2025년까지 11개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 전기차의 경우 올해부터는 차량뿐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한다. 자율주행 분야는 미국 앱티브사와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2023년 상용화를 추진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 데뷔했다. 당시 완성차 생산 목표를 내놓지 않아 이목을 끌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완성차 목표 언급은 없었다. 대신 그는 “완성차 사업은 권역별 책임 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며 “자동차 기반의 혁신과 더불어 로봇·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스마트시티 같은 영역의 기술개발과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다양한 역량을 수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 기술과 비전,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라도 달려갈 것”이라는 게 그가 밝힌 포부다.

구광모 ㈜LG 대표는 그간 해오던 전통적 시무식을 없애고, 온라인으로 새해 영상 편지를 보내면서 시무식을 대체했다. [연합뉴스]

구광모 ㈜LG 대표는 그간 해오던 전통적 시무식을 없애고, 온라인으로 새해 영상 편지를 보내면서 시무식을 대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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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주)LG 대표는 시무식 대신 영상 메시지로 신년사를 내놨다. 구 대표의 신년사 영상은 5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고객 가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고객의 마음을 읽었다면, 그다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고객 가치를 위한 실행에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등 순이었다.

구 대표는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페인 포인트는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고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구 대표는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럴수록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2020년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이라는 것 하나 만큼은 우리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도 시무식을 대신해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모든 사업부문이 전 방위적 변화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에 놓여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共感)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특히 “기존의 사업구조는 디지털 관점에서 재검토하여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라면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쓴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라는 말콤 글래드웰의 글을 인용해 “오랜 성공의 틀에서 효율성만 추구하다 사고의 유연성과 감수성이 경직돼 고객의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을 경계하자”고 말했다.

신년회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올해의 특징이다. 대강당에 모여 대표이사의 딱딱한 ‘훈화’를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 격식과 틀을 벗어난 방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감·소통 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LG는 별도의 시무식을 없애고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는 파격을 택했다. CJ그룹도 시무식 대신 사내방송으로 손경식 회장의 신년사를 방영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없이 일반 시민과 고객·직원 등의 인터뷰와 특별 초청한 전문가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 대담 같은 파격적 방식의 신년회를 열었다. GS그룹 새 수장에 오른 허태수 회장은 이날 신년회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스탠딩 토크’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육성해달라”며 ‘디지털 전환’을 역설했다.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던 정의선 부회장은 “신년회가 끝나고 바로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 참석해야 해서 정장 차림”이라며 “여러분은 여러분의 목적대로 (캐주얼 복장을) 입은 거고, 저는 제 목적대로 입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복장자율화를 시행, 캐주얼복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성우·장주영·추인영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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