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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행보, 반도체 달려간 이재용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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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살펴보는 것으로 새해 첫 일정을 소화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살펴보는 것으로 새해 첫 일정을 소화했다. [연합뉴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새해 첫 경영 활동으로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공정’을 개발 중인 경기도 화성 사업장을 찾았다.

화성사업장 찾아 3나노 공정 점검 #“과거 실적이 미래 성공 보장 안해” #준법감시위 수장 김지형 전 대법관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술 관련 보고를 받고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 인사회에 참석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곧장 화성사업장으로 이동했다. 정부 신년회 때 맸던 넥타이는 화성 사업장에 도착해선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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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부회장이 보고받은 차세대 3나노 반도체 공정은 삼성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정에서 가장 먼저 쓰일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비메모리 분야의 한 축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3나노 칩을 세계 최초 양산한다는 것이 삼성의 목표다.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가 내세우고 있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이용해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3나노 공정에는 이전 공정과 달리 차세대 기술인 ‘GAA(Gate-All-Around)’가 적용된다. 7나노·5나노 대비 차이점이다. GAA 구조는 게이트(Gate·보라색 부분)가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회색 부분) 4면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총 3면을 감싸는 현재 ‘지느러미(핀펫)’ 구조 대비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따르면 GAA 기반 3나노 공정은 최근 공정 개발을 완료한 5나노 제품 대비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소비전력은 50% 줄어들고, 성능(연산 처리속도)은 약 30% 향상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새해 첫 경영 회의에서 익숙했던 과거 경영 관행과의 결별도 주문했다. 그는 “잘못된 관행·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던 경영 스타일, 회계·재무상의 무결점만을 추구했던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당부했다.

김지형

김지형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조만간 준법경영 확립을 위해 김지형(62·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사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위원들도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의 ‘숙제’를 풀기 위한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위원장을 맡은 김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법조인으로 평가받는 인물로,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 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대법관 시절 김영란 대법관 등과 함께 여러 판결에서 진보 성향 의견을 주로 내는 ‘독수리 5형제’로 꼽혔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추스르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조직 개편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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