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숨진 강북구청 공무원, 정신과 진료기록엔 "상사와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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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청 전경. 연합뉴스

강북구청 전경. 연합뉴스

지난 1일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강북구청 보건소 직원 A씨가 사망 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유족이 제공한 A씨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월 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2~3년 전부터 직장에서 상사와 갈등이 있었고, 석 달 전부터 우울감이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A씨는 또 “식사도 잘 못 하고 입맛이 없다, 소화도 안 된다. 뭔가 하려면 부담이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이 온다”며 불안 증상도 호소했다.

강북구 보건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1일 숨진 A씨가 지난 2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받았던 기록. A씨의 유족들은 ″A씨의 사망 원인은 우울증이 아니라 직장 상사로 인한 괴롭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제공

강북구 보건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1일 숨진 A씨가 지난 2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받았던 기록. A씨의 유족들은 ″A씨의 사망 원인은 우울증이 아니라 직장 상사로 인한 괴롭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제공

A씨의 유족은 “원래 밝은 성격이던 A씨가 갑자기 몸이 아프고 불안 증세를 보여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기도하고, 정형외과에 가기도 하는 등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좀처럼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부터 강북구 보건소에서 감염병 관리팀장 등을 맡아 방역 업무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업무 부담이 장기화하자 2022년부터 감염병을 담당하는 팀이 2개로 나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A씨는 분팀에 찬성하면서 분팀을 반대한 상사 B씨와 갈등을 빚게 됐다고 한다. A씨의 유족들은 “B씨가 자신보다 부하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며 티가 나지 않게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2021년 조직개편 건으로 (B씨와) 싸우고 불편하다”, “우리 팀 업무 모두 냉정하게 대해서 팀장으로서 설 자리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또 “나랑 B씨가 성향이 너무 달라 모든 게 다 지적 사항이다. 힘들다. 직원들한테 면목이 없다. 이유 없이 우리 팀은 주워온 자식들이다. 다 내 탓이다”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B씨에게 남기는 유서에는 ‘어린 직원들 앞에서 나를 비난하는 등 방법으로 27년 근속하고 열심히 살아온 나를 X신으로 만들어 놓으니 좋으십니까’, ‘조직개편 다른 의견을 냈다고 과 전체적으로 왕따 만들어 놓으니 좋으십니까’라는 원망의 내용을 담았다.

A씨는 올해 3월, 손목 통증 등으로 인해 6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집에서 휴직 중이었다.

강북구청은 13일 오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A씨의 유족들은 이 자리에 참석해 “A씨와 비슷한 피해를 겪은 직원도 있다, A씨는 단순 우울증이 아니라 직장내 갑질 피해자”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강북구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례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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