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여성 구두굽 소리 빨라지면…CCTV "위험한 상황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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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초구]

[사진 서초구]

 지난해 9월 서울. 한 남성이 새벽에 집으로 향하는 여성을 뒤쫓기 시작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여성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여성이 소리치며 저항하자 달아났다. 도망간 남성은 3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의 발목을 잡은 건 CCTV였다.

서초구 7월부터 3000여개 CCTV에 AI 접목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우범률 예측

 올해 7월부터 서울 서초구의 CCTV는 더 똑똑해질 전망이다. CCTV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를 '예측'하는 수준까지 될 수 있어서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이 기술은 서초구에 설치된 CCTV 3000여대에 적용된다. 성범죄 등 판결문 2만여 건과 범죄 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우범지대를 분류하고 '우범률(%)'을 계산해 제공한다.

 우범지역으로 특정된 곳에서 범죄 발생이 많은 새벽 시간대에 남녀가 일정 거리를 두고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면 관제센터인 '서초 25시 센터'에 우범률이 퍼센트(%) 단위로 표시되는 방식이다. CCTV 영상만으로도 범죄 발생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화면 속 사람이 모자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지, 또 배낭을 메고 있는지도 범죄 예측에 반영된다. 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구두 굽 소리를 분석해 해당 지역에서 긴박한 '뜀박질'이 있는지도 위험 판단에 반영될 예정이다.

 서초구는 "범죄가 발생하는 지역은 육안 식별이 어려운데 CCTV에 AI 기능이 적용돼 새벽 시간 눈에 띄기 힘든 미행 같은 움직임도 단번에 포착할 뿐 아니라 화면 속 인물의 인상착의도 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 통계연보(2018년)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CCTV는 2017년 말 기준 전국 95만 4261대에 달한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설치한 CCTV는 2018년 기준 4만8697대다.

 이 중 60.87%(2만9645대)가 방범용이다. 도시공원과 놀이터 안전 감시(7.46%), 어린이 보호(12.96%),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1.75%)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지만, 장비 노후로 촬영한 화면만으로는 얼굴 인식 등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서초구는 이번 범죄예측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저화질 CCTV 150대를 교체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한 재난·재해 영상 전파 서비스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단순히 ‘보여주기’를 넘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똑똑한 CCTV를 보여주게 됐다” 며 “주민들이 두 발 뻗고 편히 생활할 수 있는 안전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서초구는 전자발찌 착용자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인파 속에서도 전자발찌 착용자를 바로 포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서초구는 "전자발찌 GPS(위성항법 시스템) 오류 등 각종 관리 사각지대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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