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 빈민층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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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점제'의 내부 실체를 들여다보면 현실 고려는 커녕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가점제 항목과 그 가중치에 따라 만점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45세 이상인 가구주가 3자녀와 부모를 모셔야 한다.

여기에 10년 이상 집이 없어야 하고 청약통장도 가입후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무주택자 우선 배정'이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오는 2010년부터 도입한다는 가구소득과 부동산 자산 등의 추가 항목이다. 이들 항목에서 만점을 획득하려면 가구원의 전체 소득이 월 85만3829원을 넘어선 안된다. 통계청이 올 1/4분기를 기준으로 발표한 '근로자 가구소득'의 월평균 소득인 344만3933원의 24.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어 별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5000만원이 넘을 경우 만점을 못받는다. 1원이라도 초과되면 21점이 깎인다.

이같은 요건을 만족하려면 적어도 45세 이상인 가구주를 포함한 가족수가 5명 이상이어야 하고 10년 이상 집없이 5000만원도 안되는 전세를 전전해야 한다. 그것도 매월 5만원 이상 청약저축을 내면서 나머지 80여만원 남짓한 돈으로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전화비 등 생활비를 내고 매 끼니까지 해결하면서.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도시민이 얼마나 될까. 설령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당첨된 주택의 계약금은 커녕 중도금 등에 따른 이자는 어떻게 해결하나.

이것이 건교부가 지난 11개월 동안 고민해 만든 '가점제'의 실체다. "빈민층만 청약하세요." 아예 이런 홍보문구는 어떨까.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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