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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 결심”…대북 제재 장기화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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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12월 30일에 계속 진행됐다"고 전했다. [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12월 30일에 계속 진행됐다"고 전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혁명의 최후 승리를 위하여, 위대한 우리 인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하여 우리 당은 또 다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사흘째 회의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전했다.

북, 전원회의 31일까지 나흘째 개최 #소파 신년사 대신 중대연설 재연될까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는 대목은 올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됨에 따라 제재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자력갱생으로 버티며 공세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보고는 자력부강과 자력번영의 대업을 앞당겨 실현해나갈 수 있게 하는 전투적 기치로 된다”고 덧붙였다.

“비핵화 협상 중단 공식화 가능성”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연말까지 셈법을 바꾸지 않음에 따라 북한은 핵보유국의 전략적 지위를 굳히려는 것 같다”며 “유례없이 수일간 전원회의를 열고 국가·당 사업 전반을 재정비하는 것도 장기전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이어 “신년사 또는 전원회의 결정서(안건과 논의 결과를 담은 문서)에서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의 윤곽이 대략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핵무력을 의미하는 전략적 지위 문제는 전원회의 첫날부터 강조했는데 회의 결정서에 핵보유국 관련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2013년)에서 '경제건설 총력'(2018년)으로 노선을 변화했는데 이를 다시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당장 되돌리진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전원회의에서 줄곧 경제를 강조한 만큼 경제발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 교수는 “이제 미국과의 협상 주제가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2020년엔 훨씬 공세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소파’ 신년사 유지될까  

2019년 1월1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김정은 위원장은 예전과 달리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연합뉴스]

2019년 1월1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김정은 위원장은 예전과 달리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연합뉴스]

통신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 동지께서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정형(현황)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했다”며 28~30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보고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전원회의가 계속 진행된다”며 “의정의 결정서 초안과 다음 의정으로 토의하게 될 중요 문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31일 나흘째 전원회의가 열렸고, 김 위원장의 종합 보고와는 별도로 또다른 중요 의제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통상 전원회의에서 다루던 ‘조직문제’(인사)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전원회의가 더 연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1일 신년사 발표 형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 주석도 1986년 12월 3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1987년 신년사를 대체한 전례가 있다”며 “연말까지 전원회의를 개최한 김 위원장이 당 간부들 앞에서 전원회의 마지막 날 연설하는 방식으로 신년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신년사 육성 발표는 김정일 시대엔 거의 없다가 김정은 집권 후 본격화됐고 2019년 소파에 앉아서 하는 방식도 처음이었다”며 “김 위원장이 또한번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냉면 목구멍’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 유지?

지난 29일 이선권 위원장(붉은 원)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지난 29일 이선권 위원장(붉은 원)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한편,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질설이 나왔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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