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석열 사퇴 안 한다, 공수처 아닌 독소조항 반대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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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 이후 대검찰청은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퇴하면 오히려 뜻 왜곡” 침묵 속 검찰

31일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검찰이 공수처에 수사 기밀을 전부 보고해야 하는 하위 기관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공수처법 통과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복수의 대검 관계자들은 “윤 총장이 사퇴할 일은 없다”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한 대검 간부는 “윤 총장이 격노했던 건 4+1 수정안에 느닷없이 들어갔던 ‘독소조항(검찰 수사 통보 조항)’ 때문이지 공수처 자체를 반대했던 건 아니었다”며 “지금 사퇴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총장은 해당 조항이 들어간 수정안을 보고받고 격노해 이례적으로 공식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혀온 검찰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냈다.

내달 2일 열리는 신년 다짐회에서 윤 총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검찰총장은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한 해 구상을 밝혀왔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수사권 조정을 언급하며 “검찰은 효율적이면서 인권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년사 통해 공수처 입장 밝히나

윤 총장의 신년사에 공수처 설치법 통과와 관련한 입장이 담길 수도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르면 이날 신년사가 언론에 공개될 수도 있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며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전날 공수처법이 통과될 무렵 일부 검찰 간부들은 모여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지금도 모든 수사 상황을 이런 식으로 보고받지는 않는다. 군사 정권 시절에도 타 수사기관에 검찰이 종속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경 등이 공수처에 수사 착수 사실을 통보하도록 규정한 24조 2항이 느닷없이 법안에 추가된 걸 두고 한탄하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한 검사는 “이토록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 조항이 각 기관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심지어 제1야당과 협의도 없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데 놀란 검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표결방법 변경요구의 건(무기명 투표)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표결방법 변경요구의 건(무기명 투표)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검찰 내부망에는 아직 별다른 글은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혜원(44)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공수처법이 드디어 통과됐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안녕과 검찰의 권력 남용 없는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조국 장관님과 정 교수님의 희생에 한없이 죄송하고, 또 감사드린다”는 글을 썼다.

앞서 진 검사는 지난 11월 초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내사를 부인한 걸 두고 “혹시 표적 내사 또는 사찰이었다는 속내가 발각되는 걸 걱정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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