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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괴롭힘과 폭행 당해" 친구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초등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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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뉴스1]

경기도 구리시에서 여자 초등학생이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이 초등학생이 피해자를 수십차례 찌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7시 40분쯤 구리시에서 초등학생 고학년생인 A양이 조부모 집으로 친구 B양을 부른 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B양은 집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사망했다. 복도에서 B양을 발견한 목격자 비명을 들은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집 안에 있던 A양을 긴급체포했다가 가족에게 인계했다. A양이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B양을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A양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B양으로부터 험담 등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이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A양은 범행이 확인되더라도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상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범죄를 저질러도 형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은 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보다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이날 사건이 알려지며 일부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양이 B양을 찌른 구체적인 횟수까지 올라오며 동요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발견 당시 특정 부위에 자상을 발견해 범죄를 의심했다”고만 밝혔다.
경찰은 A양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며,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소년분류심사원에서 A양을 당분간 위탁 감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 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양에 대한 심리 치료를 지원할 계획은 밝혔다.

경찰은 또 A양이 ‘부모가 이혼했다는 소문을 B양이 퍼뜨렸다’고 주장했다는 데 대해서는 사실 여부 파악에 나선 상태다.

교육 당국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초등학생인 만큼 이번 사건으로 주변에서 받을 충격에 대비, 교육지원청 산하 청소년 상담센터인 Wee센터(위기 학생 상담기구)를 통해 학생 심리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각 학교에 교육지원청 장학사를 파견해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리 동네 아닌 줄 알았는데…"

사건이 벌어진 동네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A양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재학생은 “우리 학교 5학년 여학생이 ‘패드립(패륜적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교 학생을 찔렀다고 들었다”며 “뉴스를 봤을 때도 우리 학교는 아닌 줄 알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의 지역주민들도 해당 사건에 대해 “우리 동네인지 몰랐는데 너무 끔찍하다”고 입을 모았다.

A양이 다니는 초등학교 학부모는 “그런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한다는 게 겁이 난다”며 “마냥 조심시킬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도 “전날 저녁에 아주 조용했는데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경찰에게 물어보라”며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날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초등학생’ ‘촉법소년’이 주요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촉법소년인 A양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와 비슷한 예로 지난 9월 이른바 ‘수원 노래방 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 7명이 모두 촉법소년인 것으로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당시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약 25만 명이 동의했다.

전익진·이후연·채혜선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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