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대통령·아베 솔직했던 45분 "우리는 이웃, 대화로 풀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오후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와 강제징용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관련 조치가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되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일본이 3가지 수출 규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를 푼 것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이 자발적 조치를 한 것은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의 성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은 이번이 6번째로,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성사된 것에 이어 15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다.

이번 한ㆍ일 갈등의 시발점이 됐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언급이 됐지만,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특히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 간 만남이 자주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기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삼권분립 국가여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아베 총리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을 얘기했다고 한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은 한ㆍ일, 한ㆍ미ㆍ일 간의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일본 측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회담 말미 아베 총리는 “우리는 이웃이고 서로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했고, 문 대통령은 “실무 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함께 독려해나가자”며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이날 애초 예정됐던 30분을 15분 넘겨 45분간 만났다. 당장 손에 쥔 성과는 없지만, 양국 간 갈등 해소의 필요성에 양 정상이 공감하고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회담 모두 발언에서 양 정상 모두 “솔직하게”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먼저 발언한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ㆍ한국ㆍ미국 간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며 “중요한 일ㆍ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고,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본과 한국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교역과 인적 교류에 있어도 더욱 중요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양 정상은 지난달 4일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3(한ㆍ중ㆍ일)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소파로 안내해 11분간 환담을 나누었다. 가장 최근 양 정상의 만남이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는 올해도 몇 번 국제회의에서 만났습니다만, 오늘은 오랜만에 회담을 갖게 됐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날 만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반면 문 대통령은 “방콕에서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 한ㆍ일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그때) 양국 관계의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그에 따라 현재 당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주도한 '소파 환담'이 이날 정상회담의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청두=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