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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총성없는 전쟁’ 치를 우주군 창설 … 미·중·러 우주 패권 전쟁

중앙일보

입력

‘우주군(space force)’이 미국에서 창설된다. 미국에 새로운 군대가 만들어지는 건 72년 만이다.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군대다. 이로써 미국은 ‘six army’(6개의 군대) 체제를 갖추게 됐다.

평소엔 자국 인공위성 관리 임무 #유사시엔 적군 통신·정찰 무력화 # “중국·러시아가 앞서지 못하게”

CNN 등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우주군’ 창설에 필요한 입법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우주군 창설이 국방수권법(NDAA)에 담겨 통과된 이후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우주군 창설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6월 그가 우주군 창설을 선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실제 우주군이 생기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우주군 창설 법안에 서명한 후 메릴랜드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우주군 창설 법안에 서명한 후 메릴랜드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주군은 무슨 일을 하게 될까. SF 영화처럼 우주 공간에서 기관총을 쏘며 전쟁을 벌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다. 미국 우주군의 평상시 임무는 인공위성을 관리하고 군사용 우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사시엔 적군의 통신·정찰·인공위성을 무력화하고, 아군의 인공위성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현대 전쟁에서 통신·정찰·인공위성을 파괴하는 건 적군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법안에 서명하면서 “우주는 전 세계의 새로운 전쟁 영역”이라고 말했다. “우주에서 미국의 우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앞서 있지만 충분히 앞서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미국 우주군에는 공군 산하 우주사령부에 있는 1만 6000명의 비행사와 민간인들이 배치된다. 3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한 공군 등에 비하면 소규모 병력이다. 우주군의 주요 기지는 미군의 우주·미사일 개발 메카인 반덴버그 공군 기지 등이 될 전망이다. 우주군 책임자는 현재 우주사령부 사령관인 제이 레이먼드가 맡는다.

미국이 이처럼 우주군 창설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두 나라는 미국의 우주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우주 전쟁’에서 다른 나라가 앞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엔 미국 우주군과 비슷한 일을 하는 군대가 있다.

러시아의 항공우주군은 군사용 우주선을 개발한다.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우주 강국에 꼽힌다. 중국에선 연합참모부 전략지원부대의 우주 계통부가 우주 작전 임무를 맡고 있다. 우주선 발사, 우주 정보활동 등을 한다. 2016년 기준 우주를 날고 있는 중국 인공위성은 181개에 이른다. 중국은 올해에만 위성 60개를 우주에 쏘아 올렸다.

전문가들은 2020년 미국·중국·러시아의 본격적인 ‘우주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이르면 이달 27일 ‘창정 5호’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미국은 달 유인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계획’을 2028년에서 2024년으로 4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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