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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란’ 논란 속 추진 서울대 ‘성적장학금 폐지안’ 수정되나…"긍정 검토"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정문.[중앙포토]

서울대 정문.[중앙포토]

‘성적장학금 폐지’ 방침을 세웠던 서울대학교가 23일 학생 측과 만나 장학금 대상자 선정 시 성적을 일부 반영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측에 따르면 대학본부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측은 23일 오후 2시에 만나 성적장학금 폐지 등과 관련한 내용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11월 이후 4번째다.

회의가 끝난 뒤 학교 관계자는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의 장학금 제도에서 저소득층 생활지원 장학금을 얼마나 늘리냐의 문제”라며 “학교 측은 성적장학금을 없애는 대신 이를 전면 확대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이해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돼 중간지대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대는 2020년부터 학점이 뛰어난 학생에게 지급하는 교내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을 확대하는 장학금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2018년 기준 교내 장학금 총액 167억원 가운데 약 66억원에 해당하는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8분위 이하 학생을 위한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을 늘리는 내용이다. 실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교내 장학금의 경우 내년부터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교내에 알려지자 학생들은 “졸속 추진”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10월 31일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는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장학금 제도 기준으로 소득분위와 학점 중 어느 것이 더 정당한가를 논의하는 것이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성적장학금의 목적과 취지에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수혜자인 학생들 의견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개편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통보’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올렸다.

일부 학생도 의견을 냈다. 스누라이프에 ‘학교의 일방적인 성적우수 장학금 제도 개편을 주장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쓴 한 글쓴이는 “학생들이 놓인 환경의 다양성과 의견을 무시한 채,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성적장학금 폐지를 결정하고 일간지 기사로 통보했다”며 “그동안 성적장학금이 학업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끌어내는 하나의 동기이자 우수한 인재에 대한 인센티브 역할을 했다”고 반박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조국 전 장관 딸의 환경대학원ㆍ관악회 장학금 논란으로 인해 성적장학금을 없앤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에 학교 측은 “조 전 장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폐지되는 성적장학금은 전체 장학금의 13%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대응했지만 최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 관계자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근 장학금 개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못하고) 거칠게 논의가 된 점은 인정한다”면서 “내년 1월 정도에 확정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학생 측도 “아직 전혀 확정된 내용이 없다”라며 “학교 측과 협의한 가안이 나오면 이후에 학생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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