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CEO 용병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도요타에서 사장을 하려면 60세가 넘어야 합니다. 임기는 통상 5년 정도이고 70대에는 부회장.회장으로 일합니다. 도요타 창업 일가가 사장을 맡을 때는 임기가 10년 정도입니다. 도요타는 창업 일가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 경영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도요타는 1995년 이후 전문경영인이 사장을 맡고 있어 다음 사장에는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50) 구매담당 부사장이 유력합니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가 주식의 대부분을 회사에 기증하고 82년 떠나버린 혼다는 이공계 출신에다 연구소 경력이 있는 사람만 사장으로 뽑습니다. 기술 기업을 표방하는 혼다의 전통입니다. 50대 후반에 사장이 되고 임기는 통상 4~5년 입니다. 현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도 와세다대 이학부 출신으로 연구소장을 지냈지요.

미국 자동차업체 CEO는 대부분 명문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 많습니다. GM은 하버드 MBA가 강세입니다. 현재 릭 왜고너 회장도 하버드 MBA 출신이죠. 포드는 도요타와 비슷하게 창업 일가와 전문경영인이 교대로 회사를 맡습니다. 창업 4세인 빌 포드는 포드가 기울기 시작한 2002년 '근본으로 돌아가자'를 외치며 회장에 올랐습니다.

오너가 없는 벤츠는 전문경영인 체제입니다. 위르겐 슈렘프 전 회장은 10년간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90년대 말 인수한 크라이슬러.미쓰비시의 경영 부진으로 벤츠의 경영마저 삐걱거리자 지난해 말 디터 체체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줬습니다. 당시 독일 언론은 "미국이었다면 슈렘프는 벌써 은퇴했을 것"이라며 벤츠의 대주주인 도이체방크와 슈렘프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경쟁 자동차 업체의 CEO로 옮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폴크스바겐 베른트 피셰츠리더(58) 회장은 전 BMW 회장 출신입니다. 현대차는 앞으로 글로벌 톱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CEO 용병술'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