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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어이 없었다, 백악기 운수없는 날···NYT 올해 과학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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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다코타에서 발견된 뒤엉킨 물고기 화석. 6600백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를 죽게 한 날을 보여준다. [AFP=연합뉴스]

노스다코타에서 발견된 뒤엉킨 물고기 화석. 6600백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를 죽게 한 날을 보여준다. [AFP=연합뉴스]

공룡은 어떻게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을까.

6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지름 11∼81㎞의 소행성이 떨어졌다. 소행성은 땅의 성분과 뒤섞여 높이 솟구쳤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관측된 그 어떤 지진보다 강력한 지진이 관측됐다. 바다에서는 쓰나미보다 더 큰 파도가 밀어닥쳤다. 작은 유리알갱이(tektite)들도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공룡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물은 지구에서 사라졌다. 중생대의 마지막인 백악기는 이렇게 저물어갔다.

지난 3월, 당시의 ‘아수라장’을 밝힐 화석군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화석은 미국 북중부 노스다코타주 보먼 인근 목장의 ‘헬 크리크 지층’에서 고대 해양 생물과 나무, 꽃, 민물고기 등이 뒤섞인 채로 발굴됐다. 12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발굴 결과를 정리한 첫 논문이 지난 3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발표된 이후 외신과 과학계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소행성 충돌로 최후를 맞은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된 것이 처음인데다,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인 공룡 대멸종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호모 루조넨시스 발견…'인간 진화' 정설 바뀔까

필리핀에서 발견된 호모 루조넨시스의 뼈 [AP=연합뉴스]

필리핀에서 발견된 호모 루조넨시스의 뼈 [AP=연합뉴스]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21일(현지시간) ‘2019 과학 뉴스’ 13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백악기의 운수 없는 날’에 이어, ‘신종 인류’가 발견된 얘기도 올해의 뉴스로 뽑혔다.

학계의 정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는 150만년 전까지 대륙을 떠난적이 없고 이후 호모 에렉투스라고 불리는 몸집이 큰 고대 인류가 아시아와 유럽 등을 가로질러 확산됐다. 그런데 약 5만~6만 7000년 전, 120㎝ 남짓의 작은 키에 나무를 타는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의 인류 ‘호모 루조넨시스’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존 정설이 위협받게 됐다. 파리 자연사박물관, 호주국립대 교수팀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 4월 네이처지를 통해 필리핀 루손 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굴한 13개의 유골이 기존에 알려진 인류 종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대 능력 뛰어난 개, '집사'에게 애착 느끼는 고양이

개와 고양이와 관련한 뉴스도 시선을 끌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심리학자인 클리브 윈은 개의 ‘유대 능력’이 뛰어난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개가 사람 뿐 아니라 양이나 염소, 심지어 ‘앙숙’의 대명사로 불리는 고양이와도 감정적 유대를 나눌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고양이도 까칠한 겉모습과는 달리, ‘집사’(고양이 주인)에게 애착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지난 9월 크리스틴 비탈레 미국 오리건주립대 동물학부 박사후연구원 팀은 실험 결과 전체 고양이 가운데 약 64%는 보호자가 돌아왔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안정 애착’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강아지나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경우와 비슷한 수치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5G 루머와 멸종 위기종 뉴스까지 

범고래 '오카' [AFP=연합뉴스]

범고래 '오카' [AFP=연합뉴스]

지난 10월 기존의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한 뉴스와, 5G가 건강을 위협하고 병을 유발한다는 러시아 국영방송 아르티(RT)의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그 근거를 정리한 뉴스도 리스트에 올랐다.

서식지 오염과 살충제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조류의 종이 감소하고 있고, 치누크 연어를 주식으로하는 태평양 북서부 범고래(Orca)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얘기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뉴스로 꼽혔다. 우유가 포유류의 전유물이 아니라 곤충에도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포함됐다.

또한 심해 탐험을 통해 수중 화산의 3D 사진, 수 세기 동안 바다 밑에 잠겨있는 난파선 등을 발견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는 뉴스도 선정됐다.

네나드 세스탄 예일대 의대 교수가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세포를 6시간 동안 살렸다는 뉴스와 수생침습 종과 관련한 얘기도 포함됐다.  이 외에 북극 항행 관련 뉴스와 150년 된 원소 주기율표의 변화와 관련된 뉴스도 이름을 올렸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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