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억 들어갈 사업, 122억 아꼈다···부산시 공무원들 역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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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세출절감 우수상을 수상한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 파워반도체팀. [사진 부산시]

정부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세출절감 우수상을 수상한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 파워반도체팀. [사진 부산시]

부산시 공무원들이 관행을 깨는 ‘발상의 전환’으로 100억원(국·시비 각 50%)이 넘는 예산을 아꼈다.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 파워반도체팀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시 파워반도체팀,세출절감 우수상 #신품 구매 관행깨고 연구끝에 중고구입 #국·시비 122억여원 아껴 좋은 선례남겨

부산시 파워반도체팀은 지난 17일 서울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9년도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세출 절감 우수상을 받아 인센티브(지방교부세)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정태효 클린에너지산업과장이 ‘발상의 전환, 지방계약 신품 구매 원칙에서 벗어나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부제는 ‘중고 연구개발(R&D) 장비 구매로 예산절감 및 지방 신산업 육성 박차’였다.

이날 전국 245개 자치단체가 3000건의 연구사례를 내놨다. 정부는 이 가운데 적극적인 행정으로 세출절감과 세입증대로 지방 재정 효율성을 높인 곳에 상을 줬다.

부산시가 수상한 사연은 이렇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풍력·태양광 등 에너지 신산업과 함께 관련 파워반도체 시장의 수요증대가 예상되자 부산시와 함께 파워반도체 상용화(17~23년,831억 투입)를 추진 중이다. 파워 반도체는 전압을 조절·승압하는 전력제어 반도체다. 국내에서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를 국산 기술로 처음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탄화규소 형태의 얇은 원판(웨이퍼)에 미세회로 등을 그려 150㎜(6인치) 크기의 파워반도체를 만드는 게 핵심 과제다.

정부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세출절감 우수상을 수상한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 파워반도체팀. [사진 부산시]

정부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세출절감 우수상을 수상한 부산시 클린에너지산업과 파워반도체팀. [사진 부산시]

부산시는 웨이퍼에 열처리하고 패턴을 만드는 등 웨이퍼 가공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존 사용하던 150㎜용 장비 7개 종이 생산 중단되면서 300㎜용 신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모든 물품은 계약상 명시된 목적에 맞는 신품을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웨이퍼 패턴 형성과 금속 산화막 제거 등에 필요한 장비 7종을 300㎜용 신품으로 구매하려면 154억2200만원(국·시비 각 50%)이 투입돼야 했다. 하지만 부서에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 사업비 확보와 사업 지연으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파워반도체팀은 학계 전문가와 회계감사기관 등과 20차례가 넘는 간담회와 근거 법률 검토, 구매 선례를 파악했다. 국내 중고장비 거래시장이 완벽한 사후관리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등 세계 수준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결국 사전 컨설팅 감사 등을 통해 중고 가공 장비를 매입해도 ‘적극 행정의 면책기준’에 해당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파워반도체팀은 150㎜용 중고 장비 7대를 32억1000만원(국·시비 50%)에 구매해 122억1200만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사업추진 당위성과 근거를 확보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연구분야 중고장비를 구매한 셈이다. 부산시는 올해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2개 기업 유치, 위탁생산 3건(계약금액 5억원), 국내외 학술대회 3회, 195명의 전문인력 양성을 하는 등 파워반도체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문원수 부산시 파워반도체팀 주무관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연구 장비를 중고로 구매한 선례를 남기게 돼 기쁘다. 더 많은 분야에 이런 방법이 활용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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