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3야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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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민주당총재와 김종필 공화당총재의 골프회동으로 3야 공조의 길이 다시 트이는 것 같다.
지난3월 3김 총재회담 후 근 반년만에 갖는 두 김 총재간의 공식적인 접촉은 그 동안 공안정국과 재선거로 심각한 균열을 보인 3야를 어떤 형식으로 재결합시키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끌고있다.
○…김영삼 총재는 양 김 골프회동에서 야권공조회복 문제와 5공청산등에 대한 야권의 공동대응, 그리고 3김 총재회담의 개최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김영삼 총재는 김대중 총재와의 2자 회담에는 항상 소극적이었지만 5공 청산의 대여공세를 효과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 뿐 아니라 당내에 일고있는 야권통합의 압력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도 김종필 총재를 끌어넣어 3김 공조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쪽에서는 3야 공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JP(김종필 총재)에 대한 의구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이 김영삼 총재의 개별연쇄회담이라는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김 총재는 이날 회동에서 지난 3월 야3당 총재회담의 합의사항을 다시 확인하려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총재는 JP가 3김 총재합의를 재확인한다면 그것을 김대중 총재와의 감정대립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 김대중 총재와의 회담을 통해 3김 총재회담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생각이다. 이 경우 3김 총재회담을 성사시킨 공은 민주당에 돌아오고 그것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도 계산에 넣고있다.
일부에서는 『공화를 제외한 평민-민주간의 공조는 민주당이 평민당의 페이스에 말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균형 추로 공화당을 잡아두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강삼재 대변인은 『평민-민주당간의 2야 공조만으로는 정국주도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법안하나 통과시킬 힘이 없다』며 『더구나 JP의 색깔이 어떠한지는 본인에게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한 것』이라고 해 어떻게든 JP의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고 나아가 서로 만나 확인도 하기 전에 공화당을 야권공조의 대열에서 몰아내는 것은 성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회동에서는 적어도 『지난3월 3야 총재회담 합의사항은 불변』이라는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며 이를 계기로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간의 감정이 풀어지고 3야 총재회담의 추진이 본격화한다면 김영삼 총재로서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공화당 측은 『의제가 정해진 회담이라기보다 골프장에서의 만남일 뿐』이라며 공식회담으로서의 성격을 부인했지만 모든 현안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3야 공조회복·3김 총재회담 등 가시적 성과를 기대 해왔다.
김용환 정책의장은 2일 회동직전 회동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외무통일위에서 김종필 총재가 김영삼 민주당총재에게 「한 번 골프를 같이하자」고 제안해 이뤄진 모임』이라고 해 김종필 총재가 회동에 적극적이었음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무엇을 논의하느냐는 두 분의 생각과 이날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야당 공조체제복원과 5공 청산의 구체적 해결방안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
한 당직자는 『7·10 청와대 회담직후 김종필 총재가 5공 청산의 차선책 모색을 위해 개별야당 총재회담을 제안한바 있고 그 후 처음으로 마련되는 민주당 총재와의 대화의 장』 이라고 의미를 부여.
5공문제의 연내 종결을 수차 강조해온바 있는 김종필 총재로서는 야3당이 합의할 수 있는5공 청산의 최대공약수를 띄워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경제난국 타개와 정치안정을 위해서는5공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해왔으므로 이문제로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차선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총재가 청와대 회담 후 『노 대통령이 야당의 방침에 반대하는 태도가 완강하더라』고 말한 데서 보이듯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정호용 의원의 공직사퇴를 요구하지 않는 선이 될 것이라고 주변에선 관측하고 있다.
공화당 측은 차선책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개별총재회담에서 필요성을 합의한 뒤에야 구체적으로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야당 측이 상당히 양보하는 내용일 것으로 전망.
한편 3야당 총재회담에 대해서는 김종필 총재가 지난달 11일 의원총회에서 『공화당이 야당이기를 포기했다는 등의 부당한 발언에 대해 김대중 총재가 사과하지 않으면 야3당 총재회담은 할 수 없다』고 했으나 지금은 상당히 누그러진 상태.
김 총재는 그 뒤 기자간담회에서 『유감표명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고 김 총재의 측근들도 최근 『별도의 요식행위를 반드시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 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
어차피 5공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사쿠라 시비에서 벗어나려면 3김 총재회담이 이뤄져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영삼 총재가 나서 평민당과의 개별총재회담을 거쳐 3김 총재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김영삼-김종필 총재의 회동을 지켜보는 평민당은 『골프모임인데』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겠다면 서도 두 사람의 속셈·모임성사과정·외부 평가가 어떤지 잔뜩 신경을 쓰고있다.
평민당은 지난번 김대중 총재가 제의했던 김종필 총재를 뺀 2자 회담을 사실상 거부한 김영삼 총재가 「기습적」으로 골프모임에 나서는데 못마땅해하면서도 이를 내색 않고 사태 추이를 보자는 것이다.
공안정국을 거치면서 평민당은 김대중·김영삼 총재의 회담을 성사시켜 그 위력을 바탕으로 5공 청산을 밀어붙인다는 생각이었었다.
물론 평민당 측이 계속 공화당을 외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5공 청산에 대한 민정당의 방어망 강화·야권내부의 통합 움직임·김영삼 총재의 거중 조정입장 등을 따져볼 때 일단은 공화당과의 보조일치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최근 김원기 총무 등은 『광주문제 해결 등에 있어 공화당 측이 3김 회담의 약속사항을 지키겠다는 자세인 것 같다』며 완화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평민당은 계속되고 있는 정책위 의장회담, 국감 후 열릴 중진회담 등을 통해 공화당의 입장이 확인되면 3자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골프모임에서 김종필 총재의 입장이 분명히 나오면 3자 회담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적극성도 보이고있다. <조현욱·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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