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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한돌에 기권패…마른세수 잦았던 이세돌 "어이없는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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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불계패…한돌에 1승 1패

가로 19줄, 세로 19줄 위 361개의 점. 이곳에 스며있는 우주를 계산하기엔 역시 인공지능(AI)이 강했던 걸까. 이세돌 9단이 19일 열린 AI '한돌'과의 2국에서 122수 끝에 불계패(기권패)했다. 3시간 15분가량 진행된 대국서 이세돌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른세수도 잦았다.

 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제2국 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제2국 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이세돌 9단과 국산 바둑 AI 한돌의 2국이 열렸다.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2점 접바둑(1국)에서 이 9단이 한돌을 92수 만에 꺾으면서 이날 경기는 '호선'으로 진행됐다.

호선은 서로 동등한 조건에서 겨루는 경기다. 2점 접바둑은 이 9단이 두 수를 먼저 둔 일종의 '핸디캡 매치'였다. 100미터(m) 달리기에 비유하면 2점 접바둑은 20~30m 앞서 출발하는 것, 호선은 똑같이 출발하는 것이다.

19일 열린 이세돌 대 한돌 2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수를 두고 있다. 김정민 기자

19일 열린 이세돌 대 한돌 2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수를 두고 있다. 김정민 기자

이 9단은 평소 "호선에선 절대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해왔다. 알파고와 겨뤄 1승 4패를 거뒀을 때도 호선이었다.

이날 현장 해설을 맡은 바둑 국가대표 코치 조인선 4단은 아쉬움을 표하며 "비교적 이른 31번째 수에서 (이 9단의)패착이 나왔다. 31수와 33수가 연이은 실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돌의 34수 이후 이 9단의 승률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세돌 vs AI 한돌 2국 기보   [연합뉴스]

이세돌 vs AI 한돌 2국 기보 [연합뉴스]

이 9단의 승률은 오후 1시를 기점으로 3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 9단의 손은 한참을 턱밑에 머무르길 반복했다. 오후 2시 넘어서는 한돌의 승리가 95%로 확실시됐다.

이날 대국 후 인터뷰에서 이 9단은 "초반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이 너무 아쉽다.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눈에 보이는 실수였다"고 착잡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좋은 내용을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목소리엔 물기가 살짝 어려있었다.

이세돌 9단이 19일 열린 NHN '한돌'과의 은퇴대국 제2국에서 패한 후 아쉬워하며 복기하고 있다. [뉴스1]

이세돌 9단이 19일 열린 NHN '한돌'과의 은퇴대국 제2국에서 패한 후 아쉬워하며 복기하고 있다. [뉴스1]

"AI는 방심하지 않는 토끼"

바둑 AI가 수를 계산하는 방식 [영상 영화 '알파고' 일부]

바둑 AI가 수를 계산하는 방식 [영상 영화 '알파고' 일부]

조 4단은 AI와 인간의 대국을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에 비유하며 "AI는 토끼처럼 달려가 먼저 도착한 뒤 골인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래서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방심하지 않는 토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회를 본 프로기사 김효정 3단은 "AI에게서 초반 실수 한 번을 만회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덧붙였다.

호선에 강한 한돌

접바둑과 달리 호선은 한돌의 강점이다. 한돌이 접바둑을 배운 것은 불과 2개월 전이지만, 호선은 지난 2년간 수억 번이나 연습했기 때문이다. 한돌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진서 9단·박정환 9단 등 국내 최정상급 프로기사 5명에게 연승을 거둔 것도 모두 호선 대국이었다.

국산 바둑AI‘한돌’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산 바둑AI‘한돌’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7월 나온 한돌 3.0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초·중·후반 모두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안정적이고 철두철미한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은 이세돌답게"

이세돌 9단이 19일 NHN 바둑 AI '한돌'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세돌 9단이 19일 NHN 바둑 AI '한돌'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오는 21일 마지막 대국을 앞둔 이 9단은 "1국은 이기는 데 집중했다. 제 스타일은 아니었다. 마지막 대국에선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제 바둑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혹시 지더라도 마지막 판은 이세돌답게, 저답게, 재밌게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세돌과 한돌의 마지막 대국이자 24년간 현역 바둑 천재로 살아왔던 '인간 이세돌'의 마지막 경기는 21일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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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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