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진출 꿈꾸는 김하성의 2020은 이미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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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은 ’프로야구 선수 되는 게 목표였는데, 박병호·강정호 형을 보며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은 ’프로야구 선수 되는 게 목표였는데, 박병호·강정호 형을 보며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냉정하게 말해 아직은 부족합니다. 그래도 도전 기회가 온다면 잡아야죠.”

활약 꾸준했던 국가대표 유격수 #내년 시즌 뒤 포스팅 신청 자격 #24세 어린 나이 덕에 기회 많아 #근육 벌크업 등 씨 뿌리기 한창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 김하성(24·키움 히어로즈)의 해외 진출 꿈이 무르익고 있다. 2014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하성은 내년 시즌을 잘 마치면 7시즌을 채운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수 있다.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를 미국에 진출시켰던 키움 구단은 김하성에게도 해외 진출을 승인해줬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하성은 “올해 MLB에 도전하는 형들(김광현, 김재환)이 많아서 ‘저는 내년 시즌을 잘 마치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미 나가는 게 기정사실이 된 것 같아 부담된다”며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 일부 야구팬은 ‘김하성이 되겠어’라고 말하더라. 그래도 (박)병호 형이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도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줘서 자신감이 생겼다. 쉽지 않은 길을 가도 내가 가는 것이니, (부정적인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다른 선수들보다 선택지가 많다. 보통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MLB에 도전한다. 그에 비하면 김하성은 나이가 적다. 내년에 만 25세다. 두 시즌을 더 채우면 만 26세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도전할 수도 있다. 김하성은 “구단에서 일찍부터 1군 경험을 쌓게 해줘 고맙게도 어린 나이에 MLB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 안 된다면, 내후년에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구단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4년 키움 신인 중 유일하게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한국시리즈에도 출전했다. 강정호가 미국에 진출한 2015년부터 그의 자리를 꿰찼다. 2016년에는 전 경기에 출전해 20-20클럽(20홈런-28도루)에도 들었다. 2017년에는 3할대(0.302) 타율도 기록했다.

올해는 투고타저 현상 속에서도 개인 최다 안타(166개)를 기록했고, 타율 0.307, 19홈런, 104타점 등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도루도 33개나 기록했다. 골든글러브에서 최다 득표(325표)로 유격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지난달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는 대회 베스트 11에 뽑혔다. 그는 “올해는 아픈 곳이 많았다. 허리가 안 좋아서 5경기를 쉬었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관리해줘 가을야구에 국가대표 경기까지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몇 안 되는 선수다. 그런데도 본인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기복이 매년 비슷한 게 불만이다.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된다. 타격 폼, 장비 교체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며 “나는 욕심이 많다. 타율 4할, 100홈런을 쳐도 만족하지 않을 것 같다. 만족하면 선수로서는 끝이다”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년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기록 향상을 위해선 ‘벌크업(체격 키우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체격은 키 1m79㎝·몸무게 78㎏이다. 연말 시상식 일정이 끝난 10일부터 개인 트레이너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그는 “시즌보다 더 힘들다. 아침 8시 일어나 오전 내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아침·저녁에는 소고기, 점심에는 닭가슴살을 먹는 고단백 식이요법도 하는데, 정말 고역”이라고 말했다.

“내년이 기대된다”고 덕담을 건네자 인터뷰 내내 진지했던 김하성은 “씨앗을 엄청나게 많이 뿌리고 있다. 내년에는 풍년을 기대한다. 수확을 아주 많을 것”이라며 씩 웃었다. 추운 겨울, 김하성의 내년 농사는 이미 한창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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