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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20년 만에 새 옷 입은 아파트 브랜드, 소비자 눈길 사로잡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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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지난달 4일 고급 아파트 브랜드 ‘르엘’을 론칭했다. [사진 롯데건설]

롯데건설이 지난달 4일 고급 아파트 브랜드 ‘르엘’을 론칭했다. [사진 롯데건설]

아파트 브랜드의 리뉴얼 바람이 거세다. 올해에만 15대 건설사 중 과반수가 브랜드를 손봤다. 1999년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개막한 이래 20년 만에 ‘아파트 브랜드 2.0’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아파트 브랜드 2.0' 시대 #15대 건설사의 절반 이상 #주택 트렌드 변화 발맞춰 #올해 리뉴얼 브랜드 선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유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BI(Brand Identity)를 지난 3월 25일 리뉴얼했다. 기존 BI 밑 부분에 각 회사의 CI(Corporate Identity)를 붙이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에는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의 TV 광고를 시작했다. 2015년 4월 디에이치를 론칭한 이후 첫 대규모 광고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초점

대림산업은 지난달 고급 브랜드 ‘아크로’의 BI를 바꿨다. 일반 브랜드 ‘e편한세상’ BI와 공유하던 오렌지 구름 심벌을 뗐다. e편한세상과 사이에 확실히 선을 긋고 고급 이미지를 더하겠다는 계산이다.

GS건설의 자회사 자이S&D는 지난 9월 중소 단지 아파트 브랜드 ‘자이르네’를 출시했다. GS건설 브랜드 ‘자이’를 확장한 모양새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브랜드 ‘푸르지오’의 BI를 리뉴얼했다.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변화가 컸다. ‘PRUGIO’ 워드마크의 색깔이 어두운 녹색인 ‘브리티시 그린’으로 교체된 게 특징이다. 기존의 갈대 심벌도 단순화했다. 4월부터는 6년 만에 TV 광고를 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고급 브랜드 ‘르엘’을 론칭했다. 르엘은 한정판을 의미하는 ‘Limited Edition’의 약자 ‘LE’에 접미사 ‘EL’을 결합해 완성됐다. ‘시그니엘’이나 ‘애비뉴엘’에서 볼 수 있듯이 롯데그룹은 접미사 EL을 즐겨 쓴다. 지난 1월에는 일반 브랜드 ‘롯데캐슬’의 새 디자인 콘셉트인 ‘롯데캐슬 3.0’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파트 외관 디자인을 좀 더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바꾸며 랜드마크 동 옥상에 특화 경관 구조물인 ‘메가 프레임’을 설치하는 게 골자다.

호반건설은 지난 3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며 브랜드 ‘호반써밋플레이스’의 이름을 ‘호반써밋’으로 바꾸고 새 BI를 내놓았다. 다른 브랜드 ‘베르디움’의 BI도 개선했다. 지난 7월부터는 호반써밋의 TV 광고를 내보냈다.

한화건설은 지난 7월 새 브랜드 ‘포레나’를 론칭했다. 포레나는 스웨덴어로 연결을 의미한다.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포레나는 공동주택 통합 브랜드로 기존의 ‘꿈에그린’과 ‘오벨리스크’를 대체한다. 태영건설은 지난 3월 ‘데시앙’과 서브 브랜드의 BI를 변경했다. 다른 건설사 상당수도 브랜드 리뉴얼을 검토하고 있다.

침체된 건설 경기 돌파구로 효과적

1999년 롯데건설의 롯데캐슬을 필두로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열린 이후 20년 만인 올해 브랜드 새 단장이 몰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거수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브랜드를 출시한 후 시간이 지나면 트렌드 변화에 따라 리뉴얼해줘야 소비자를 지속해서 사로잡을 수 있다”며 “한 건설사가 리뉴얼에 나서면 바로 다른 곳들도 뒤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가만히 있는 브랜드는 ‘뒤처진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별로 ‘앞으로 지을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더 좋다’는 이미지를 줄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브랜드 리뉴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진단도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2018년 아파트 브랜드파워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아파트 구매 시 입지가 동일하다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브랜드(37.4%)’를 가장 많이 꼽았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브랜드 리뉴얼의 방향을 보면 ‘4차 산업 시대에 발맞추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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