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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전쟁 '이 시국 매치'…중국이 홍콩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홍콩과 중국과의 대회에 앞서 중국 국가가 나오는 순간 홍콩 관중들이 뒤돌아서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홍콩과 중국과의 대회에 앞서 중국 국가가 나오는 순간 홍콩 관중들이 뒤돌아서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축구전쟁을 방불케했던 ‘이 시국 매치’에서 중국이 홍콩을 꺾었다.

동아시안컵 남자축구 중국 2-0 승 #400여 홍콩 팬 구호 외치며 시위 #중국국가 나오자 홍콩팬들 손가락욕 #충돌 등 우려 경호원 990명 투입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 중국이 홍콩(139위)를 한수 지도했다. 중국은 1승2패로 3위, 홍콩은 3패로 4위가 됐다.

중국은 전반 7분 지시앙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후반 26분 장시저가 페널티킥 추가골을 넣었다.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양팀선수들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양팀선수들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축구전쟁을 방불케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두 팀 간 경기지만 국가는 한 번만 나왔다. 홍콩은 국제대회에서 별도의 국기를 걸지만, 국가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쓴다.

18일 동아시안컵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중국 국가가 나오자 홍콩팬들이 뒤를 돌아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사진 홍콩축구팬 제공]

18일 동아시안컵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중국 국가가 나오자 홍콩팬들이 뒤를 돌아 가운뎃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사진 홍콩축구팬 제공]

중국 국가가 연주되자 홍콩 팬 200여명은 일제히 그라운드를 등지고 돌아섰다. 그러더니 두 손을 들어 손가락 욕설을 했다. 야유하던 이들은 영어로 “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을 외쳤다.

축구 경기라는 승부에 정치적인 상황이 복합적으로작용했다. 홍콩에서는 6월부터 송환법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홍콩과 중국 사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 관중들은 ‘Hong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이라고 적은 플래카드도 펼쳤다. 국내 경호인력이 정치적 선전물을 막는 과정에서 홍콩 팬과 몸싸움이 벌이기도 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붙은 문구. 정치적 행위와 표현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4개국어로 적혀있다. 부산=박린 기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붙은 문구. 정치적 행위와 표현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4개국어로 적혀있다. 부산=박린 기자

경기장 곳곳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 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가 붙었다. 경기장 안팎에는 990명의 경호인력이 배치됐다.

홍콩 팬은 홍콩이 공격하면 응원 구호를 외쳤고, 중국이 공을 잡으면 야유를 보냈다. 반면 30여명의 중국 팬은 비교적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일부 팬이 간혹 “짜요(加油·힘내라)”를 외쳤다.

이날 경기장에는 중국과 홍콩은 물론, 한국과 일본 취재진도 몰렸다. 홍콩-중국전이 끝난 뒤 같은 경기장에서 한국-일본전이 열린다. 네티즌은 중국과 홍콩, 한국과 일본 등 대회 참가국 사이의 반목과 대립이 치열한 시국에 펼쳐진 대결에 대해 ‘이 시국 매치’, ‘멸망전’ 등의 명칭을 붙였다.

부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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