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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기현 사건 진술인측 "요구 안했는데 경찰이 가명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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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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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을 수사한 울산 경찰이 참고인의 가명 요구가 없었는데도 가명 조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참고인이 가명 조서를 요구했다는 경찰 기록과 배치된다. 경찰은 김 전 시장 형·동생 비리 사건을 조사하며 이 참고인에게 실명과 가명으로 모두 진술을 받았다. 앞서 ‘김기현 비리 사건’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조사하면서도 경찰은 실명 수사보고서와 가명 조서를 작성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경찰이 일부 조서를 의도적으로 가명 작성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6월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울산시 내부 관계자 김철수(가명)라는 참고인이 등장한다. 경찰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김 전 시장 동생을 검찰이 지난 4월 불기소 처분하자 이에 반박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했다. ‘김철수’는 경찰 조사에서 “2014년 7월 김기현 시장이 취임하자 모 시행사가 추진하던 아파트 인허가 관련 사업이 매우 급속히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인허가 관련 공무원의 편의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김 전 시장 측근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요구하지 않은 가명 처리”

경찰은 김철수에 관해 ‘시청에서 근무하는 별정직 6급으로 익명 조서를 요구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김철수라는 가명을 쓴 A씨는 조사 시점인 2017년 11월 이미 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본인이 별정직 6급이라고 말해 그대로 기재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경찰이 A씨에 대해 ‘익명 조서를 요구했다’고 기록했지만 A씨 측은 경찰에 가명을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A씨와 가까운 지인은 중앙일보에 “최근 A씨가 ‘요구한 적도 없는데 경찰이 (가명을) 써놓고 또 (언론에) 내 이름을 밝히는 바람에 곤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경찰에 먼저 가명을 요구한 적 없다고 했다는 얘기다.

사건을 수사한 울산청 지능수사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경찰은 보통 실명으로 진술을 받으려 한다”며 “성범죄 등에서 진술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할 순 있지만 경찰이 먼저 가명을 제안하는 일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진술 부풀리기 등 의심

A씨는 2018년 1월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실명으로 진술한다. 경찰은 A씨의 경력과 활동내용 등을 자세히 기재했는데 이는 김철수를 설명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 울산청 관계자는 한 사람을 실명과 가명으로 조사한 것과 관련해 “A씨가 2017년 11월 공무원 직권남용 사건에서는 동료 비위 문제라 가명으로 진술하기를 원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경찰은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비리 사건과 관련해 송 부시장을 조사할 때도 조서는 가명으로,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수사보고서는 실명으로 작성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경찰이 일부 조서를 진술 부풀리기나 이해관계자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보이게 할 의도로 가명 작성했다고 보고 당시 경찰의 수사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고발인 김씨의 사업에 연관돼 있으며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과 경쟁 관계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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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나와 함께 근무한 참모들과 수사관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업무에 매진했던 경찰관들이 왜 이런 수난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기소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에 짜 맞춰 나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심정을 토로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정진호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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