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무인섬 '작약도' 원래 이름 '물치도' 되찾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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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에서 바라본 작약도. [중앙포토]

영종도에서 바라본 작약도. [중앙포토]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는 작약도라는 무인도가 있다. 일제강점기 이곳을 매입한 한 일본인 화가가 ‘섬의 형태가 작약꽃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최근 인천시 동구는 이 섬의 이름을 물치도로 바꾸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에 따르면 작약도의 본래 지명은 물치도다. 강화해협의 거센 조류를 치받은 섬이라고 해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어영청등록을 보면 물치도가 조선시대 성균관이 토지 또는 결세를 받는 절수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 이 섬은 대동여지도와 경기읍지에서 물치도로 등장한다. 고종실록에도 이양선 출몰을 보고하는 내용에 물치도가 언급된다.

그러나 1917년 일본이 측도한 지형도에는 물치도가 아닌 작약도로 표기돼 있다. 동구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려 고유의 이름을 되찾아 섬의 정체성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지명 변경에 나섰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 10월 물치도 지명 환원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 지명 유래를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라며 “주민들과 지역 학계에서도 물치도로 이름을 변경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약도(옛 이름 물치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작약도(옛 이름 물치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명변경 과정은?

지명변경 추진 과정. [자료 동구청]

지명변경 추진 과정. [자료 동구청]

일반적으로 지명 변경은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명 변경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시·군·구 지명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여기서 의결된 안건은 시·도 지명위원회로 넘어간다. 시·도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안건은 최종적으로 국가지명위원회에 다다른다.

이 단계에서 해양 지명은 해양조사원에서, 그 외의 자연·인공지명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각각 지명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심의한다. 의결된 안건은 각각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에 의해 고시된다. 지방자치단체 지명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에 보고해서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행정지명 변경과는 차이가 있다.

예외도 있다. 시와 시의 경계에 있는 장소나 도와 도 경계에 있는 장소는 3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각각 시·도 지명위원회와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바로 심의·의결을 진행한다.

판단은 어떻게?

지명표준화편람. [사진 국토리지연구원]

지명표준화편람. [사진 국토리지연구원]

각 지명위원회는 안건을 판단할 때 ‘지명 표준화 편람’을 참고한다. 편람에는 ‘1개의 객체에 1개의 표준화된 지명을 넣지만, 별칭이 있는 경우 별도로 관리한다’ 등 기본원칙이 있다. ‘일련의 숫자를 이용한 지명과 부정적인 어감을 주는 지명은 원칙적으로 배제한다’ 등의 세부원칙도 두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삼각산으로도 불리던 북한산은 현재 고시 지명을 북한산으로 유지하고 있다. 경상북도 청송군의 제1 폭포, 제2 폭포 등도 각각 용추폭포, 절구폭포 등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편람에 법적 효력은 없다. 지명의 유래 등의 자료를 토대로 지명위원들이 안건을 의결할지를 논의한다. 국가지명위원회의 경우 공무원 11명 민간위원 19명 등 총 30명의 지명위원이 심의에 참여한다. 이중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동의를 얻은 안건이 통과된다. 국가지명위원회까지 올라온 안건은 큰 무리가 없으면 대부분 의결된다고 한다.

부결될 경우는?

부결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부천시와 경기도 지명위원회를 거친 공원 지명 신설 건이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국가지명위원회는 아파트 단지 이름과 색을 합친 공원 명칭이 외국어 합성어이고 상업화 동기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부결된 안건은 지자체에서 재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대전시 서구는 구 내 둔지미공원의 명칭을 ‘38 민주 의거 둔지미공원’으로 변경을 시도했다.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3·8 민주의거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명칭이 길다는 이유로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대전시 서구는 민주를 뺀 ‘38 의거 둔지미공원’으로 수정했고 국가지명위원회가 최종 가결해 명칭변경이 확정됐다.

박경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일제 강점기 때 변경된 지명을 먼저 발굴해 고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작약도도 물치도라는 본래 지명의 근거가 확실하면 충분히 변경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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