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곧 2단계 미중 협상"···이 말 부정한 무역협상 美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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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미국 측 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0월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중 무역협상 미국 측 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10월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치인 트럼프는 앞서 나갔지만, 전문 관료 라이트하이저는 균형을 잃지 않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발표한 무역전쟁 1단계 ‘휴전’에 관한 얘기다.

미·중 무역협상 미국 측 대표 라이트하이저 #"2단계 협상 곧바로 시작" 트럼프 발언 부정 #"이행 성패, 중국 내 의사결정자 누구냐에 달려 #강경파 대신 개혁파가 주도하면 추가 성과"

미ㆍ중 무역협상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단계 무역협상 개시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단계 무역 협상이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부정한 것이다.

14일 녹화해 15일 방영된 미 CBS 뉴스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라이트하이저는 현 단계에서 미ㆍ중은 지난 13일 발표한 무역 합의를 이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2단계 협상은 1단계 합의 이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게 말했다. 트럼프는 13일 1단계 무역 합의를 발표하는 트윗에서 “우리는 2020년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지 않고 2단계 무역 합의를 위한 협상을 곧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단계 무역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시작한 당초 목적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는 중국이 수십 년 동안 불공정한 방식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고, 그 과정에서 미국을 착취하고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면서 중국 경제 구조 개혁을 노렸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1단계에서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무역 합의를 발표하면서 2단계 협상 개시를 동시에 알렸지만, 정작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를 부인한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 측 협상 대표를 맡아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협상을 이끌었다. [AFP=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 측 협상 대표를 맡아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협상을 이끌었다. [AFP=연합뉴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단계 합의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누가 의사 결정을 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중국 내) 강경파가 의사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결과(one outcome)를 얻을 것이고,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개혁파가 결정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결과를 더(another outcome)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이행 단계에서 중국 내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면 1단계 합의만 이행되는 수준일 수 있지만, 만약 개혁파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되면 1단계 이행 후 추가 성과를 더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매우 다른 두 체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첫 단계라는 관점에서 이번 합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1단계 합의 골자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으로 사주고,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관세를 멈추고, 이미 부과 중인 관세의 일부를 깎아주는 것이다. 미국은 당초 15일 0시부터 중국산 아이폰·아이패드·노트북PC·장난감 등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 금융 시장 개방과 지식재산권 강화, 위안화 환율 조작 금지 등에 관한 약속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86쪽 분량의 합의문 번역과 정리 작업 때문에 서명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협상 자체는 “절대적으로,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다.

합의문 서명 시기는 1월로 예상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라이트하이저는 이번 합의가 중국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기념비적인 합의”라는 데에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지만, 이 합의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단계별로 나눠서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1단계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는 미·중 무역 "협상은 수년이 걸릴 것이며 양국 간 차이를 아주 빨리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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