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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중앙시조대상] 절제와 균형으로 풀어내는 생명의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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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심사평

중앙시조대상은 한국 시조시단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므로 심사자들은 진지하게 심사에 임했다. 예심위원의 선고로 본심에 오른 시인들은 각자 나름의 세계를 지니고 있었기에 시조의 특장점과 규범에 충실한 작품에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각자 3편의 작품을 골라 대상을 선정키로 했다.

치열한 토론을 통한 결과 최종적으로 박정호, 강현덕으로 좁혀졌다. 박정호는 대상에 천착하는 시선이 구체적이고 시상을 전개해 가는 힘이 좋았다. 그뿐만 아니라 음수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음보를 구사하는 능력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조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인 응축과 적확한 이미지 구축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강현덕은 위에 거론된 단점을 잘 극복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미황사’는 시조적 특징을 규범적으로 잘 살려낸 수작이다. 3수로 구성된 이 작품은 첫수에선 달마산과 미황사의 밤풍경을 선명히 그려내고, 둘째 수에선 삼존불의 의인화를 통한 시적 상상력을 끌어올렸으며, 마지막 셋째 수에선 삼존불은 물론 ‘주춧돌 속 게와 거북 자하루 밑 소 그림자’와 파도까지 합세해 야단법석, 한바탕 생명의 잔치를 이끌어 내어 마무리한다. 사람들 다 떠나버린 절간은 텅 비어 있지만 기실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모습을 동화적으로 그려낸 솜씨 또한 이 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신인상의 경우,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수상작을 선정했다. 최종에는 김주경과 김석이가 거론됐다. 김석이의 작품은 수준이 골랐을 뿐 아니라, 체화된 시로서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수상작인 ‘건널목 무대’는 여성이면서도 여성성에 함몰되지 않는 시적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 셋째 수 종장에선 극적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면서 연극을 끝내는 시인의 역량이 영예의 신인상을 수상케 한 원동력이 되었다.

◆심사위원=이정환·박진임·이달균(대표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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