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기자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출입기자들과 갈비탕 점심을 곁들인 간담회를 하고 송두율씨 처리 문제, 이라크 파병, 민주당 탈당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盧대통령은 언론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다음에 하자"고 답을 미뤘다. 지난달 7일 첫 간담회에 이은 두번째 '월례 간담회'였다.

*** 송두율: "이념공세 빌미 돼 마음 불편"

◇ "불리한 사실 많이 나와 의외"=盧대통령은 송두율씨 처리와 관련, "당초 그냥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가지 (宋씨에게) 불리한 사실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의외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또 이념공세의 빌미가 되고 있는 데 대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또 "입국을 허용하라 말라고 대통령이 관여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만찬 초청문제가 나왔을 때도 별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청되면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안 되는 것이고 실무적으로 처리하라 그렇게 얘기했더니 실무선에서 알아서 안 했더라"는 설명이었다.

盧대통령은 자신의 관련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이 해외 민주인사들을 초청하고 싶어 했고, 청와대에 초청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했다. (宋씨가) 그 중 한 사람으로 논의됐을 때 '우리도 가급적이면 빠뜨리지 않고 다 초청했으면 싶었는데 실무자들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그렇게 처리했더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말씀은 쭉 설명한 이 얘기 중 '초청하고 싶었는데'라는 한 토막만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파병: "북한이 강공으로 나올까 우려"

◇ "파병의 가장 큰 고민은 북핵"=盧대통령은 "만일 파병을 결정하고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6자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또는 돌발사태가 이뤄질 경우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북한에서 왕왕 해왔듯이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하고 플루토늄을 어떻게 한다, 핵무기.미사일을 어떻게 한다는 강공을 하고 나왔을 때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급격히 위기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이 경우 내가 당선자 시절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그 대목"이라고 했다. "그래서 좀더 면밀히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盧대통령은 최근 파병과 북핵.6자회담 성과의 연계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북핵은 물론 경제적 이득, 주한미군 재배치 등 어느 쪽과도 파병을 연계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盧대통령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한참 후의 일이고 파병 기간과 겹쳐지는 문제가 아니다"며 "북핵 문제도 그것을 묵시든 명시든 연계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파병 결론이 이미 내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盧대통령은 "정부에서 명확히 발언한 것은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한 것 뿐"이라며 "미국에서는 대외정책을 놓고 강.온파가 각기 의견을 달리 하는데 밀실에서 결정하고 입을 닫으라고만 강요하는 것은 옛날식 정치"라고 말했다.

"장관들에겐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 봉쇄할 명분이 없다. 다만 현실과의 사이에서 적절하게 처신해 달라'고만 했다"고 소개했다.

*** 최낙정: "참, 그양반 … 내가 좀 우습게 돼"

◇ "내가 어리석게 말하겠나"=최근 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남은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나를 뽑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는 보도가 화제에 올랐다. 정색을 한 盧대통령은 "내가 호남 언론 앞에서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할 것 같으냐"며 "그런 취지로 받아들이면 대단히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당시 언급은 '대통령에게 1백점을 요구하지 마라. 대통령은 선택된 사람이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제일 나쁜 경우라도 이회창 후보가 되느냐, 내가 되느냐의 선택을 놓고 나를 선택한 것 아니냐. 그 수준으로 내게 기대를 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은 "지역구도가 계속 유지되면 국민은 속에 골병이 든다"고 지적했다.盧대통령은 "이런 정치구도의 재편을 나는 창조적 와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에 대해 盧대통령은 "참 그 양반, 오랫동안 검증된 사람인데"라며 "내가 좀 우습게 됐지만 인사 검증 시스템을 통해 그런 것을 어떻게 다 찾아내겠느냐"고 말했다.

최훈.김성탁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