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변호사비' 효성 조석래·조현준 父子 기소의견 송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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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조현준 회장이 지난해 9월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조현준 회장이 지난해 9월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으로 자신이 피의자인 형사사건의 법률자문 비용을 댔다는 혐의를 받은 효성그룹 조석래(84) 명예회장과 아들 조현준(51) 회장이 검찰로 넘겨진다. 기소의견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12일 “효성그룹 조석래·조현준 회장 및 임원 등이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비용을 회사자금으로 지출한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중대범죄수사과는 세부적인 사항은 피의사실공표 등 우려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올 초 효성의 석연치 않은 법률자문 계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효성은 2013년부터 검사장 등 일명 전관들과 법률자문계약을 맺었는데 이 시기는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의 검찰 조사와 겹치는 시기다. 경찰은 이 계약이 조 회장 부자의 형사사건 자문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삿돈 수십억 원의 소송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뉴스1]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뉴스1]

2013년 검찰 조사 때 법률자문계약 의심 

당시 조석래 명예회장은 13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은 16억원의 법인카드를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고 한다. 조 명예회장은 2014년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9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352억원을 선고받기에 이른다. 조 회장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둘 다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조 회장은 지난 9월 20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피했다.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효성그룹 [연합뉴스]

효성그룹 [연합뉴스]

경찰, 핵심 관계자 줄줄이 소환조사 

경찰은 효성 법무팀 관계자를 시작으로 효성 계열사인 진흥기업 고위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했다. 진흥기업의 이 관계자는 효성 비서실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경찰은 지난 10월 이상운(67) 효성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총수 일가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경찰은 이들이 변호사들과 자문 계약을 맺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조사를 벌였다.

시민단체도 횡령 혐의 고발하기도 

앞서 지난 4월 참여연대는 조 회장과 조 명예회장을 횡령 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조 회장과 조 명예회장은 조세포탈, 횡령·배임 등 개인 형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 400억여원을 ㈜효성과 효성그룹 6개 계열사의 회삿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례는 법인비용으로 법인대표 개인의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의사 소견서와 진단서를 통해 ‘경찰에 출석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직접 방문한 결과 의사소통이 곤란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혐의가 입증된 만큼 함께 송치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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