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속 170㎞ 던지겠다는 일본 투수…인간 한계는 어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일본 지바 롯데 신인 투수 사사키 로키는 시속 170㎞를 던지는 게 목표다. [AP=연합뉴스]

일본 지바 롯데 신인 투수 사사키 로키는 시속 170㎞를 던지는 게 목표다. [AP=연합뉴스]

일본 야구가 들썩인다.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 이후 등장한 또 다른 강속구 투수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바 롯데에 입단한 ‘괴물’ 사사키 로키(18)가 그 주인공이다.

한·미·일 프로야구의 광속구 바람 #18세 사사키 163㎞에 일본 열광 #채프먼은 비공인 170.6㎞가 최고 #“팔꿈치 인대 못 버텨 툭하면 부상 #시속 180㎞면 공 던지다 다칠 것”

키 1m90㎝·체중 86㎏인 사사키는 4월 청소년 대표팀 훈련 도중 시속 163㎞ 직구를 던졌다. 그는 입단식에서 “내 장점은 빠른 직구다. 직구만큼은 어떤 투수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며 “시속 170㎞짜리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타니 선배의 기록을 추월하겠다”고 호언했다. 구단은 그에게 등 번호 ‘17’이 박힌 유니폼을 선물했다. 17번은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에서 쓰는 등 번호다.

오타니는 일본 야구선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2016년 10월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5차전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에 나와 시속 165㎞를 찍었다. 당시 오타니는 “시속 170㎞ 공을 던지겠다”고 했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시속 170㎞ 강속구는 ‘투수의 꿈’이다. 0.3초 만에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속도다. 타자의 일반적인 반응 속도(0.4초)보다 빠르다. 알면서도 치기 어렵다. 투수에겐 절대무기다. 하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기록으로 여겨왔다. 투수의 한계 구속을 꾸준히 연구해 온 미국 스포츠의학연구소 글렌 플레이직 박사는 2010년 “인간이 던질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61㎞ 전후”라고 주장했다. 실험 결과, 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려면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MLB 뉴욕 양키스 아롤디스 채프먼. [AFP=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MLB 뉴욕 양키스 아롤디스 채프먼. [AFP=연합뉴스]

좌완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31·뉴욕 양키스)이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던 2011년, 시속 170.6㎞(106마일)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스피드건이 아니어서 공인받지 못했다. 채프먼은 2010년, 16년에도 시속 169㎞(105.1마일)를 찍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로 통한다. 최근 MLB에는 시속 160㎞대의 강속구 투수가 늘었다. 데이터와 첨단 장치를 이용한 훈련 시스템이 정착되면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시속 160㎞대 공을 던진 선수가 있었다. 모두 외국인 선수다. 2011년부터 세 시즌 LG 트윈스에서 뛴 레다메즈 리즈(36·도미니카공화국)가 공식 경기 최고 구속 기록(시속 162㎞) 보유자다. 한화 이글스에서 2016년 잠시 뛴 파비오 카스티요(30·도미니카공화국)도 시속 160.4㎞짜리 공을 던졌다.

국내 투수는 오타니, 사사키와 달리, 시속 160㎞가 넘는 공을 던지지는 못했다. 2003년 당시 SK 와이번스 우완 투수 엄정욱(38)의 시속 158㎞가 최고 기록이다. 2007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 최대성(34)이 같은 구속을 던졌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 불펜 투수 조상우(25)가 시속 157.2㎞로 개인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시속 160㎞ 돌파에 도전한다.

한·미·일 프로야구 최고 구속

한·미·일 프로야구 최고 구속

강속구는 금단의 열매 같다. 플레이직 박사는 “구속과 부상 위험의 상관관계는 강력하다. 구속이 빨라질수록 부상 위험도 커진다”며 “팔꿈치 인대와 힘줄이 시속 160.9㎞(100마일) 이상 구속을 감당할 수 없다. 많은 투수가 한계 구속에 도달하고 있다. 팔꿈치를 수술받는 투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타니는 MLB 한 시즌 만에 팔꿈치를 수술했다. 올해는 투수 대신 지명타자로만 뛰었다. 투·타 겸업 부작용이라는 분석인데, 강속구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오타니는 MLB에서도 시속 160㎞ 이상 직구를 종종 던졌다.

플레이직 박사는 “달리기 또는 수영 선수는 과학적인 훈련과 영양 공급을 통해 몸의 근육을 강화해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팔은 다르다. 구속은 팔꿈치 관절을 고정하는 인대와 힘줄 등에 의존한다. 이 부분은 근육과 달리 훈련이나 보충제, 어떤 요법으로도 강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과학책 『퍼펙션 포인트,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록』(2012년)에는 빠른 구속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투수는 ‘마지막 투구가 될지언정 시속 185㎞ 공을 던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구하는 도중에 부상이 발생할 것이다. 공을 바닥에 던져버리지만 않아도 행운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