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사회적 기업으로 포장하면 유리…정부가 밑천 대줘 생존력↑

중앙일보

입력

9월 11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에서 사회적 기업 추석선물 특별판매전이 열리고 있다. [SRT 제공]

9월 11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에서 사회적 기업 추석선물 특별판매전이 열리고 있다. [SRT 제공]

창업하려면 '사회적 기업'이란 포장을 빌리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가 실태조사를 해보니 일반 창업기업보다 두 배가량 생존율이 높았다. 정부가 밑천을 대주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통해 1차 창업 지원 #사회적 기업 인증되면 인건비에 사업개발비까지 #생존율은 일반 창업보다 두 배가량 높아 #지원금 부정 수급에 선심성 나눠주기 비판도

고용노동부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은 사회적 기업을 차리려는 팀을 모아 사업모형개발비, 운영경비, 교육비 등을 지원하며 컨설팅까지 해주는 사업이다. 여기에 참여해 초기 창업 기반을 다지고 창업에 성공하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참여 팀의 창업 생존율과 일반 기업 생존율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참여 팀의 창업 생존율과 일반 기업 생존율

지난 8년간 육성한 3453개 창업팀을 조사한 결과 기업을 발전해 5년 이상 생존한 경우가 52.2%였다. 일반 창업(28.5%) 생존율보다 약 두 배 높다. 육성사업에 참여한 뒤 창업한 기업의 매출액은 3년 차에 1억7000만원, 5년 차 2억5000만원, 7년 차 8억2000만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5.6명, 7명, 7.8명이었다. 매출액 증가에 비해 고용은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창업 뒤 예비 사회적 기업 진입율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창업 뒤 예비 사회적 기업 진입율

육성 사업에 참여한 팀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을 확률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8기까지 사업이 진행됐는데, 1기에서 34.4%이던 것이 8기에선 46.6%로 높아졌다.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되면 육성사업 때와 달리 정부 지원이 커지고 다양해진다. 인건비는 물론 1억원의 사업개발비까지 지원된다.

송홍석 고용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은 지난 8년 동안 3453개의 창업팀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사업의 강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7일 전북 전주시 천년누리 전주빵카페 본점 앞에서 '전주빵' 직장 갑질 노조 와해 처벌, 관계기관 진상조사 촉구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7일 전북 전주시 천년누리 전주빵카페 본점 앞에서 '전주빵' 직장 갑질 노조 와해 처벌, 관계기관 진상조사 촉구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이런 혜택을 악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포털 등에선 "창업하려면 사회적 기업을 노려라" "사회적 기업이 되려는 이유는 현재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서 일정 기간 나라의 도움을 받아 운영해본 후 자립하기 위해서" "사회적 목적은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사회환원이란 목적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등의 조언이 쏟아진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은 이윤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사회 환원은 기부가 아니다. 직원의 성과급을 주거나 시설 투자를 하는 등 경영 활동을 사회 환원으로 폭넓게 본다.

이 때문에 부정수급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달 초 전북 전주에선 고용부와 전북도, 전주시가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임금을 체불하고, 근로시간을 위반하는가 하면 창업주의 독단적 경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사회적 기업에선 "월급 주는 데 고마운 줄 모른다"며 직원에게 폭언하는 등 갑질의혹이 불거져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기업 지원의 딜레마-정부 보조금, 악인가 독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인건비 보조나 사업개발비가 선심성 나눠주기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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