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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자치단체 산하 기관조차 최저임금도 안 주며 임금 떼먹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석 민주노조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비정규직 철폐, 정부 규탄 집회에서 참석 민주노조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광역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임금을 떼먹다 적발됐다. 심지어 최저임금조차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을 떼인 근로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대부분 위탁업체 근로자이거나 비정규직이다. 고용노동부가 광역자치단체가 출자하거나 출연한 기관 43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10월 21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다.

고용부 근로감독에 적발…내년 확대 감독 실시 #공무원 규정을 비정규직에 적용하는 수법 동원 #가족 수당이나 식대 미지급 등 차별 행위도

이에 따르면 43개 기관에서 20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체불된 임금만 17억여원에 달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액이 12억원, 연차수당 미지급 4억원, 최저임금 위반 등 1억여 원이다.

고용부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그러나 근로감독 결과 이들 기관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보수·수당 규정을 준용하는 등 부적절한 인사 노무 방법으로 노동법을 어겨왔다"고 밝혔다.

임금을 떼먹은 기관은 37개소(전체 86%)였다. 이 가운데 32개소가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임금 규정을 준용해 사전에 연장근로수당 지급 시간과 금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초과 수당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수당규정은 하루 4시간, 한 달 57시간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게 돼 있다. 하루 초과 근무 시간이 한 시간 미만이면 수당을 안 준다. 이 규정을 일반 근로자에게도 편법으로 적용해 왔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A 기관은 월 연장근로시간 20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일괄적으로 수당을 안 주는 방식으로 1억2000여 만원을 떼먹었다. B 기관은 아예 월 연장근로수당 상한액(40만원)을 정해놓고 아무리 오래 일해도 초과 근로 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 돈이 1억3000여 만원이었다. C 기관은 사전에 연차휴가 보상일수(5일)를 정해놓고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해 수당을 주지 않았다.

D 기관은 기간제 근로자 18명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임금을 주다 근로감독에 적발됐다. 일부 기관은 식대나 가족수당 같은 수당을 비정규직에게 주지 않는 등 차별을 하기도 했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감독 결과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의 인사노무 관리가 전반적으로 허술했다"며 "노동관계법에 따른 인사노무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적발된 기관에 시정지시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고용부는 또 이번에 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광역 단체 산하 기관은 물론 기초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내년에 집중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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