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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첩보' 청와대 제보자, 송철호 측근 송병기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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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왼쪽). [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왼쪽). [연합뉴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최초 제보한 인물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57)으로 확인됐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김 전 시장의 경쟁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근이다.

송 부시장은 4일 KBS를 통해 “정부에서 여러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송 부시장은 “2017년 하반기나 연말쯤에 청와대 행정관이 아닌 지역에 있는 여론을 수집하는 쪽에서 연락이 왔다”며 “언론에 나왔던 내용이라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경찰의 수사 단서가 청와대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송 부시장이 제보했다는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의혹은 한 건설업자가 고발한 사건으로,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시행권을 확보해주는 대가로 30억 원 상당의 용역권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송 부시장은 또 “여론조사 목적으로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늘 연락이 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경찰 출신이거나 특감반원이 아닌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해 요약·정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2017년 10월경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A씨가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 전 시장 및 그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A행정관은 제보 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를 복사해 e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다”며 “A행정관은 외부 메일망에 제보 내용을 문서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를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 추가한 비위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박기성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6.13지방선거 진상조사단 부단장(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형 부정선거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진술을 한 적이 있는 지 있다면 왜 그랬는 지 이제라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공개해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박기성 자유한국당 울산시당 6.13지방선거 진상조사단 부단장(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형 부정선거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진술을 한 적이 있는 지 있다면 왜 그랬는 지 이제라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공개해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었던 박기성 전 실장이 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섰다. 박 전 실장은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 법원의 재판과정 등을 종합하면 송 부시장은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의 하수인이거나 공모자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실장은 “2018년 3월 16일 소위 ‘레미콘 사건’과 관련해 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그날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박기성 실장이 레미콘 업무와 관련해 담당자(공무원)를 질책했다’고 진술했다는 인물이 등장한다”며 이런 ‘악의적 진술’을 한 인물이 송 부시장이라고 지목했다.

박 전 실장은 “더 많은 정황과 합리적 의심이 드는 단서가 있지만,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송 부시장이 현 송철호 시장 후보 당선을 위해 레미콘 사건과 관련해 동료를 모함했고, 공무원 30여 명이 죄인 취급을 받아 가며 경찰에서 조사받았다”며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진술을 한 적이 있는지, 송 부시장은 이제라도 밝히고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재임 당시 울산시 교통건설 국장(3급) 등을 지내다 2015년에 퇴임했다. 퇴임 후에는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을 맡았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로 옮긴 뒤 지난해 8월부터 울산시 경제부시장(1급)으로 재직 중이다. 이처럼 여당 후보 측근이 제보한 첩보가 청와대를 거쳐 지방선거 전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거개입’, ‘청부 수사’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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