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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날리고 후임 못찾자···바른미래 당권파 "윤리위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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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이 윤리위원회에서 오신환 원내대표를 중징계한 후에도 정작 새 원내대표를 뽑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당 지도부에선 원내수석부대표인 이동섭 의원이 원내대표 권한대행이라고 해석했으나 오 원내대표와 이 원내수석부대표 모두 이를 거부했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당권파들이 당권파 영향권의 윤리위를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시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뉴시스]

1일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안병원 윤리위원장)는 오 원내대표와 권은희‧유승민‧유의동 의원 등 당 소속 의원 4명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꾸려 연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들이 “분파적 해당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특히 오 원내대표에 대해선 “당원권 정지로 직무 권한이 당연히 정지된다”고 했다. 윤리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 인물이다. 윤리위가 사실상 당권파란 얘기다.

그러나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히려 당권파 의원들이 입을 모아 윤리위 결정을 비난했다. 김관영 최고위원은 “이번 윤리위 결정이 더 큰 분열을 일으키고, 일부 의원들이 탈당한 후 당 재건의 걸림돌이 될까 걱정된다”며 “변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전체의원들의 중지를 모을 매우 심각한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임재훈 사무총장도 “윤리위가 당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고, 채이배 정책위의장도 “앞으로 윤리위 결정이 집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이들의 비난에는 윤리위 징계가 효력을 발휘하더라도 당장 새 원내대표를 뽑기가 어려운 현실적 여건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 궐위 시 원내수석부대표가 권한대행이 되는데, 현재 수석인 이동섭 의원도 변혁에서 활동 중인 비당권파다. 결국 이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회의를 소집하지 않으면 새로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게 당권파의 분석이다.

수적으로도 열세다. 바른미래당에서 활동 중인 의원 중 변혁(15명)의 숫자가 당권파(9명)보다 많기 때문에, 선거를 치르더라도 표 대결에서 밀린다. 이날 회의 직후 열린 비공개 대책회의에서도 “현실적으로 선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한 당권파 의원은 “선거가 치러져도 변혁 의원들이 탈당하지 않은 상태에선 당권파가 질 수밖에 없다. 결국 권한대행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헛심’ 썼다는 얘기다.

결국 이날 오후 손 대표는 국회의장·사무총장과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공문을 발송해 “당헌·당규에 따라 오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이 박탈됐고, 권한대행은 원내수석부대표인 이동섭 의원”이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오 원내대표는 즉각 “바른미래당 대표의원(오 원내대표 본인)의 직인이 날인이 안 됐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반박문을 발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공문. [바른미래당 제공]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공문. [바른미래당 제공]

이번 '윤리위 소동'이 향후 안철수계 의원들에 대한 ‘잔류’ 설득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지난주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호남계 의원들도 “우리가 안철수 전 대표와 안철수계 의원들은 최대한 설득해 함께 가야 하는데, 굳이 탈당할 이들에게 징계까지 내리며 날을 세워야 하느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결국 당내에서도 “손 대표가 스스로 구성한 윤리위 결정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다만 향후 선거법‧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 국면에서 오 원내대표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게 당권파 일각의 분석이다. 현재 당권파는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변혁은 반대 입장이다. 한 당권파 관계자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 원내대표를 협상파트너로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김관영 최고위원이 참석 중인 ‘4+1 협의체(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협의체)’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윤리위 결정은 유감이지만,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다른 길이 없다. 당헌‧당규상 간섭할 권한도 없고, 최고위에서 이의를 신청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변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해 윤리위 결정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서의 원내대표의 직무가 정지되는 게 아니다. 손 대표의 분파적 해당 행위에 맞서 끝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변혁 의원 15인은 성명서를 내고 “윤리위 주장은 근거가 박약한 일방적이고 편파적 주장”이라며 “손 대표에게는 소속 의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한 오 원내대표를 끌어내릴 아무런 명분도 권한도 없다. 손 대표의 막장 정치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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