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하던지 말던지’는 성립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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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직접 유튜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영상과 음성을 주로 하지만 자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성이 있더라도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자막을 집어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막을 보면서 특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바로 “하던지 말던지” 형태의 표기다. “하든지 말든지”가 맞는 표현이지만 제대로 적힌 자막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맞춤법의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많이 틀리고 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과거 우리말바루기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게재하게 됐다. 간단하다.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다. ‘-든지’는 “사과든지 배든지 아무 것이나 좋다”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하던지 말던지”는 내용상 선택을 나타내므로 “하든지 말든지”로 고쳐야 한다. ‘-던지’는 “얼마나 술을 먹었던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와 같이 과거를 뜻할 때 사용된다.

‘-든가/-던가’도 마찬가지다. “가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해라”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에서처럼 ‘-든가’는 선택, ‘-던가’는 과거를 의미한다. 준말로 ‘-든’과 ‘-던’도 쓰인다. “사과든 배든 아무 것이나 좋다”에서의 ‘-든’은 ‘-든지’, “선생님께서 기뻐하시던?”에서의 ‘-던’은 ‘-던가’의 준말이다.

결론적으로 ‘-든’ ‘-든지’ ‘-든가’ 등 ‘든’이 들어간 것은 선택, ‘-던’ ‘-던지’ ‘-던가’ 등 ‘던’이 들어간 것은 과거라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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