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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공하면 뭐할까?"···그랜저 광고, 이번에도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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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2020 성공에 관하여' 광고. [사진 유튜브 캡처]

그랜저 '2020 성공에 관하여' 광고.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4일 출시한 6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가 순항 중이다. 11일간 사전계약 대수는 3만2179대로 3년 전 IG 그랜저가 세운 최대 사전계약(14일간 2만7491대) 물량을 훌쩍 넘어섰다.

'그랜저=성공' 광고에 담긴 세태 #"결국 좋은 집과 차가 성공의 여부"

유튜브 등 SNS에선 더 뉴 그랜저 광고가 화제다. 현대차는 그랜저 출시에 앞서 '그랜저=성공'을 컨셉트로 삼은 여러 편의 광고를 SNS에 게재했다. TV 광고를 비롯해 유튜브에 지난 3일 올라온 '2020 성공에 관하여, 현대자동차 GRANDEUR 프리런칭' 동영상은 22일까지 조회 수 85만회를 기록했다. 1993년 기찻길을 배경으로 한 고등학생이 "우리 성공하면 뭐할까" 묻자 다른 친구는 "그랜저 사야지"라고 대답한다. 유행어 "돈 벌어서 소고기 사 먹지"처럼 자연스럽다.

1993년 당시 고등학생이라면 지금 40대 초중반, 광고는 더 뉴 그랜저가 핵심 타깃으로 삼은 '영 포티(40대)'를 겨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갖는 불안한 미래를 소재로 복고풍을 풀었다”며“40~50대 시청자의 눈길을 끌만 하다"고 말했다.

유튜브 광고는 5편 더 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퇴사하는 날', '아들의 걱정', '어려지는 신체나이', '동창회'가 소재다. 부모의 기대와 달리 SNS 크리에이터로 성공한 아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아빠, 몸짱이 돼 중년 여성으로부터 '총각' 소리를 듣는 중년 남성, 임원으로 승진해 동창회서 만난 친구에게 "차 안 바꾸니?" 소리를 듣는 여성 등이 주인공이다.

나름 성공한 인생이지만, 전형적인 성공은 아니다. 현대차 측은 "다양한 성공의 방정식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전 광고가 "성공하면 그랜저 사야지"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다면, 이번엔 뉘앙스가 살짝 다르다. 광고를 제작한 경주영 이노션 부장은 "요즘 40대가 느끼는 성공의 조건은 비싼 집과 외제 차보단 가정의 행복, 건강, 자기만이 시간 등 이전과는 다르다”며“시대 변화에 맞춰 '영 포티를 타깃으로 공감할 만한 스토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프리뷰에서도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더 뉴 그랜저의 컨셉에 대해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랜저=성공' 광고에서 히트작은 2009년 선보인 4세대 그랜저 TG 출시 때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지금까지 회자한다. 사실상 이번 '다양한 성공의 방정식' 광고도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광고는 물질만능주의·배금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조금 달라진 듯하지만, 그랜저 정도 타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점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는 "최근 나온 그랜저 광고가 정·나눔 등 키워드를 가미해 세련되게 표현한 건 맞지만, 결국 소비자의 과시욕을 건드린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사회적 성공의 기준을 어느 동네 사느냐, 무슨 차를 타느냐가 결정한다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광고업계에선 "광고는 죄가 없다, 광고를 시대를 담을 뿐"이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이노션 관계자는 "자동차라는 제품의 특징을 감안할 때 성공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건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늘 그래왔던 기존의 틀을 깨고 시대에 맞게 진일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행보"라며 "그랜저 캠페인을 모두 접하게 되면 다양한 성공을 말하고자 했던 그랜저 광고에 공감하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속에서도 2010년대 이후 그랜저의 인지도와 위상은 배가했다. 그랜저는 쏘나타가 독차지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차' 타이틀을 뺏어와 2017~2018년 2년 연속 왕좌에 올랐다. 올해(1~10월) 누적 판매량에서 그랜저는 7만9772대가 팔려, 쏘나타(8만2599대)·포터(8만2557대)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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