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학생들 “홍콩 사태 대자보 허락받고 붙여라? 학생 통제하려는 것”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전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무단 철거한 한국외대 당국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무단 철거한 한국외대 당국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학교 측의 대자보 철거를 규탄하며 학교 측의 사과와 입장문 철회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외대에 ‘레논 벽’을 설치한 ‘홍콩 학생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을 비롯해 한국외대 생활도서관, 노동자연대 한국외대모임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 학생들은 ‘대자보 철거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하라’ ‘홍콩 민주 항쟁 지지 대자보 철거 규탄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고, "홍콩 대자보 무단철거 한국외대 규탄한다" "홍콩 항쟁 지지한다"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홍콩 학생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소속 이건희(23)씨는 “대자보를 게시할 때 학교 허가를 받으라는 것은 자치활동을 통제하고 간섭하려는 것”이라며 “학교는 이전에도 대자보를 지키는 학생들을 향해 ‘폭력사태가 일어나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냐’며 대자보를 떼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정의당 한국외대 학생위원회 소속의 한 학생은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억누를 자격이 없다. 정작 (홍콩 시위를 지지한) 학생에 가해진 욕설과 성추행에 대해 학교 측은 대체 어떤 대처를 했냐”고 반문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전국 각지 대학에서 홍콩 항쟁에 대한 지지 입장이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토론회와 집회도 열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견과 갈등을 이유로 의사 표현 자체를 막는 대학은 한국외대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 측에 대자보 철거 사과와 부착 제한 방침 철회,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외대 본관 앞은 걸음을 멈추고 기자회견을 구경하는 학생들 수십 명으로 붐볐다.

외대는 지난 19일 교내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 일체를 철거하고, 외부 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부착을 제한하겠다는 안내문을 발표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