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복구 은혜' 보답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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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99년 파주에선
1999년 8월 초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시가지 수해 당시 강원도 등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잠긴 한 음식점을 찾아 식탁.의자 등을 물로 닦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평창에선
2006년 7월 21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의 한 침수 주택에서 파주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흙에 파묻혀 있던 냉장고를 청소하기 위해 끄집어내고 있다. 이들은 600만원 상당의 구호품도 전달했다. [파주시 제공]

"이제는 우리 파주 시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수재민들을 도울 차례입니다. 우리도 1996년과 98, 99년 세 차례 수해 때 전국의 자원봉사자 도움이 아니었으면 일어나기 힘들었을 겁니다."

24일 오후 2시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수해 현장. 이번 기습폭우 때 하천이 넘치면서 27가구의 집이 부서지거나 침수된 곳이다.

무더위 속에 143명의 자원봉사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에 여념이 없다. 50대 주부 5명은 흙탕물에 젖은 채 말라 굳어버린 옷가지를 빨래해 주고 있다. 40대 남자 자원봉사자 7명은 무너져 내린 축대 아래서 장화를 신은 채 돌을 올리고 흙을 채워 넣으며 축대를 다시 쌓는다.

30대 주부 5명은 혼자 사는 노인 집을 찾아 흙투성이인 집안을 말끔히 걸레질해 주고 냉장고와 책상 등 살림살이를 닦아내기에 바쁘다.

최유섭(55) 경기도 파주시 새마을지회장은 "파주 시민들은 수해의 아픔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그때 만사를 제치고 전국 각지에서 파주로 달려와 주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잊을 수 없어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식사로 점심과 저녁을 해결했다. 수재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또 이날 오전 8시30분 수해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들이 성금을 모아 구입해 온 20㎏짜리 쌀 200포대, 내의 100벌 등 6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주민들에게 전했다. 이들은 집에 남아 있던 수건 400여 장도 모아 전했다.

90년대 말 상습적으로 수해를 당한 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재기한 파주 시민들이 이번에는 대규모 수해를 당한 평창군과 인제군을 찾아 보은의 수해 복구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봉사는 파주시 자원봉사센터와 각급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되고 있다. 이들은 18일부터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21일부터 수해지역을 찾고 있다. 이들의 봉사는 다음달 5일까지 이어진다. 24일 현재 파주시 해병전우회.파주축협 한우리회.여성단체협의회.북파주농협 임직원.파주아버지학교 등 60여 개 단체 3000여 명의 시민이 자원봉사를 신청했으며 3300여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모아 현지로 보냈다.

파주시 자원봉사센터 김영선(56.여) 소장은 "수해 주민들의 고통을 잘 아는 파주시 자원봉사자 가운데는 휴가를 내거나 가게 문을 닫고 수해 지역으로 달려가는 이들도 많다"며 "봉사자 대부분이 수해를 겪어 본 터라 수재민의 아픔과 가장 도움이 필요한 게 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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