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0.3%씩 이자 지급” 다단계 사기범 인터폴 적색 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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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로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수십억원대 투자금을 편취한 일당이 입건됐다. 태국으로 도주한 주범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가 요청됐다.

다단계 금융 업체의 가상화폐 투자설명회 모습. [사진 서울시]

다단계 금융 업체의 가상화폐 투자설명회 모습. [사진 서울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은 가상화폐로 고수익을 얻게 해주겠는 미끼로 60억여 원을 불법 편취한 다단계 업체 대표 등 5명을 형사입건하고, 이 가운데 태국으로 도피한 주범 1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 민사경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적발된 A업체는 투자금을 받은 뒤 ‘현금방’과 ‘이자방’으로 각각 8:2 비율로 나누고, 이자방에서 매일 0.3%씩 이자를 불리는 ‘마술 같은 지갑’이라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또 자체적으로 페이를 개설하고, 이 페이를 가상화폐로 교환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현혹했다. 적립된 페이를 현금화하려면 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될 ‘A코인’을 사들인 후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으로 교환해 매도하면 된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2개월 동안 전국에서 60여 억원의 투자금을 불법 편취했다.

하지만 페이를 코인으로 교환 가능하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신규 회원 가입이 줄면서 결국 주범이 투자금을 가지고 해외로 도주했다. 이번 다단계 사기로 알려진 피해자만 약 200명이다. 이 가운데 94명이 6억6000여 만원의 피해 상황을 서울시 민사경에 제보했다.

서울시 민사경은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외교부를 통해 태국으로 도주한 주범 여권 무효화 조치를 마쳤다. 또 민사경 창립 후 처음으로 경찰청과 공조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번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중노년·주부 등 서민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시중은행의 저금리 기조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다단계 사기에 걸려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금융 다단계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서울시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정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금융 다단계 업체는 대규모 사업설명회 개최, 인터넷 언론사 홍보 등을 통해 금융상품․가상화폐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은퇴 후 자금을 노리고 접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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