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땐 100% 악랄한 고문···특히 최악은 한국행 시도"

중앙일보

입력

2013년 한국을 찾은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 포토]

2013년 한국을 찾은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 포토]

 “면접에 임한,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경험이 있는 100명 넘는 사람들(탈북자) 모두가 한 명도 예외 없이 심문 과정에서 구타를 당했거나 악랄한 방식으로 고문받았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가장 권위 있는 조사 결과로 인정받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2014년 발표)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정부의 탈북자 2명 추방 결정은 고문방지협약 3조(해당 개인이 고문받을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중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는 추방, 송환, 인도하지 말아야 한다)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보고서에는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에게 자행되는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가 상세히 기록됐다. 협약이 규정한 ‘고문받을 우려’에 대한 근거 격이다.

“탈북은 반역…최악은 한국 입국 시도”

조사위는 북한 이탈 주민들이 강제송환되면 ▶정기적 고문 및 자의적 구금 ▶성폭행 ▶강제실종 ▶즉결처형 ▶그 밖의 중한 인권 침해를 겪게 된다고 명시했다.
특히 한국에 가려다 붙잡힌 탈북자들을 북한은 가장 심하게 다룬다고 보고서는 기술했다. 북ㆍ중 국경 경계 업무를 맡았던 한 전직 보위부 요원은 조사위 면접에서 “불법 탈북자는 반역자이며,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최악의 유형은 한국 입국을 계획했던 자들”이라고 전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보고서.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이 고문 등을 받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 원문 중]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2014년 발표한 보고서.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이 고문 등을 받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 원문 중]

보고서에는 강제송환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빼곡했다. 한 여성 탈북자는 “보위부에 구금돼 있던 중에 맨발의 한 할머니가 ‘노역을 해야 하니 신발을 달라’고 하자 보위부원들이 ‘너희는 동물이고 곧 죽어야 하니 신발을 얻을 자격이 없다’며 피를 흘리도록 구타했다”고 말했다.

“코에 고리 끼워 마을 끌고 다녀”

송환 뒤 구금됐을 당시 미성년자였던 한 남성 탈북자는 “5개월 동안 남성 13명이 죽는 것을 봤다. 계호원들은 시신을 묶어서 다른 수감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여러날 방치하며 ‘이것이 너희가 조국을 버렸을 때 겪게 될 일’이라고 공포심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또 “성인들은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한 끼에 옥수수죽 다섯 숟갈씩만 배분받았다”고 돌아봤다. 조사위는 이를 ‘고의적 기아 유발’로 표현했다.
한 탈북자는 “한 가족이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강제송환됐는데 다섯 살 먹은 남자아이를 포함해 가족 전체가 수갑을 차고 마을을 가두 행진했다”며 “부모는 코에 고리가 끼워져 끌려다녔다”고 말했다. 이 증언을 한 탈북자는 당시 13살이었다. 그는 “모두가 그 잔혹한 광경을 보도록 강요받았고, 관중들은 그들에게 돌을 던졌다”고 했다.

임신중 북송 시 골반 걷어차 강제낙태

북송된 여성들은 특히 성폭력을 당하기 쉽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중국에서 임신한 채 송환된 여성들은 전부 강제낙태를 당한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를 중국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 전직 보위부원은 “100% 조선인이 아닌 아이를 임신하는 것은 산모를 인간 이하로 만든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낙태가 병원에서 수술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당한 강제낙태 방식으로는 ▶골반과 복부 걷어차기 ▶열악한 영양 상태에서 극심한 육체적 노동 강요 ▶날카로운 물건 등을 이용한 물리적 태아 제거 ▶자궁 내 화학약품 삽입 등이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국 랴오닝성 안산에서 체포된 탈북민 7명 중 9살 최모양의 부모가 지난 5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민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중국 랴오닝성 안산에서 체포된 탈북민 7명 중 9살 최모양의 부모가 지난 5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민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 여성은 “마취제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녹슨 장비로 낙태 수술을 당했다. 경련이 일었지만, 곧바로일해야 했고 이후 불임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강제낙태 장면을 목격했다며 “계호원이 ‘혼혈 인종을 멸절해야 한다’며 임부에게 약품을 넣었다”고 전했다.

출산하면 엄마 앞에서 아이 살해

보고서는 영아 살해도 지적했다. 아이를 출산하면 산모가 보는 앞에서 아이의 얼굴에 젖은 수건을 올려놓거나 물에 머리부터 담그는 등의 방법으로 숨지게 한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이런 증언들을 근거로 북한에서 탈북을 시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반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중국 및 다른 국가들’에 대한 권고에서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많은 북한 주민들은 박해를 피해 도망친 난민, 국제적 보호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국은)국제 인권 감시 기구가 북한의 인권 상황이 현저하게 개선됐다고 확인할 때까지 북한으로 어떠한 북한 이탈주민도 강제로 송환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미국 인권단체들이 주미 중국 대사관 앞에서 벌인 시위에서 중국 공안 복장을 한 한 참가자가 얼굴을 가린채 포박을 한 여성들을 끌고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미국 인권단체들이 주미 중국 대사관 앞에서 벌인 시위에서 중국 공안 복장을 한 한 참가자가 얼굴을 가린채 포박을 한 여성들을 끌고가고 있다. [연합뉴스]

COI “인권 상황 개선 전까지 북송 안돼”

정부가 탈북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은 이런 조사위의 권고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행위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북한과 다른 나라 간 관계와 남북관계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