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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백의 공수교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16강> ●신진서 9단 ○천야오예 9단

6보(75~90)=천야오예 9단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신랄하게 대마를 몰아붙였지만, 거대한 흑돌의 생명력은 질기고도 질기다. 흑은 75~89까지 유려한 행마로 위기에서 탈출해 우변에 자리를 잡았다. 중앙 모양만 보면 흑 대마가 ‘축’에 몰린 것처럼 다급해 보였지만, 결국 우변에서 버젓하게 완생을 얻은 것이다. 이제 흑은 반상에서 위급한 불을 모두 진화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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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오히려 상황이 급해진 건 백 쪽이다. 정신없이 흑 대마를 좇는 사이 중앙 백돌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위급한 자리가 많아진 천야오예 9단은 어쩔 수 없이 84로 중앙을 보강했다. ‘참고도’ 흑1로 나오는 수를 ‘장문’으로 방비하는 수단이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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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 뒷걸음질해서 약점을 돌보는 사이, 흑은 나아가 85로 우상귀까지 단단하게 굳혔다. 상변에 넓게 포진된 흑의 진영이 신진서의 승리를 더욱 예감하게 한다. 여기까지 진행되자,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릴라제로’는 흑의 승률이 88%라고 내다봤다. 이 정도 차이가 벌어지면, 사람의 입장에서도 판세가 기운 것이 확실하게 감지된다. 다음 수를 쉽사리 놓지 못하는 천야오예 9단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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