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높았던 한국당 재선 모임···통합 뜨거운 감자는 朴탄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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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서 보수통합의 범위와 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재선의원 모임에선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12일 비공개 조찬회동서 합의문 채택 #통합 범위 두곤 언성 높아지기도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날 한국당 재선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찬간담회를 열고 보수통합과 당 혁신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모임의 간사를 맡은 박덕흠 의원은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첫째, 통합을 적극 지지한다. 둘째, 지도부에 공천 관련 위임각서를 제출한다. 셋째, 패스트트랙 통과 시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할 것을 지도부에 요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공식 발표문엔 투쟁 및 당 혁신방안이 주로 담겼지만, 이날 회의에서 뜨거운 감자는 통합의 범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정리에 관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앞서 박 의원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통합을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정리가 안 되면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발표문에선 이 내용이 빠졌다. 탄핵에 대한 입장정리는 통합의 방향이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냐, 우리공화당이냐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유승민 변혁 대표는 앞서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을 통합논의의 첫 조건으로 제시했다. 탄핵의 잘잘못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취지였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탄핵은 역사에 묻어두자”는 의견이 중심을 이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나라가 이렇게 됐는데 지나간 역사를 자꾸 되풀이하면 뭐하느냐. 일단 보수의 ‘빅 텐트’를 치고 나서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80%는 우리가 만든 역사를 어떻게 당사자들이 평가를 하느냐고 했고, 나머지 20%는 국민 앞에서 언젠가 한 번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통합의 범위를 두고선 이견이 분출됐다. 일부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옛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대출 의원은 “통합의 범위를 특정하지 말고, 원칙적으로 통합한다는 표현만 넣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명연 의원도 “우리가 통합추진기구도 아니니 간결하게 쓰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임에선 구체적으로 ▶'반(反)문재인'이라는 통합의 기본원칙에 찬성 ▶통합의 우선순위는 변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후폭풍이 있을 수 있어서 발표문에 적시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공화당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중진 의원들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청하는 ‘중진 용퇴론’도 논의됐으나, 발표문에선 빠졌다. 김명연 의원은 “불출마를 강요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만, 지역 중진 의원들에게 수도권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철호 의원은 “우리도 정치를 8~9년 했는데, 우리가 중진들한테만 용퇴를 요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입장만 설명하면 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30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도 통합과 관련한 관한 의견개진이 나올 예정이다. 당초 예산협상을 앞두고 정책 등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총이지만, 통합실무팀이 꾸려진 만큼 통합에 관한 의원들의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황교안 대표도 이날 수도권‧충청권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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