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은 5일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넘어온 비중이 60% 이상일 것으로 본다.” 실제로는 비정규직이 많이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얼핏 통계청이 생산한 통계에 대한 부정으로 비친다.
이 소식을 접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35만~50만 명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꿔 답했고, 따라서 폭증한 게 아니라는 것인데,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국가 통계를 분석하면서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적 변화까지 추정해 해석하는 것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5일 기자와 만난 유 교수는 비정규직 규모 논란을 통렬히 비판했다.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규모와 실태를 조사하는 작업이다. 노사정 합의로 2003년부터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 현 정부의 올해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다. 무려 86만7000명 늘었다. 정부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어떻게 해명할지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서다.
그렇게 찾아낸 게 “3월부터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하면서 병행조사를 했는데, 그 영향으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수치상 급증했다”는 해명이다. 요약하면 설문에 답한 국민의 심리상태가 변해 비정규직도 아닌데 비정규직으로 답했을 뿐 실제는 안 늘었다는 말이다. 추정으로 통계를 포장하는 셈이다.
병행조사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비정규직의 실태를 알아보려 각국에 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규직인) 무기계약이라고 답한 사람에게 ‘총 고용예상기간’을 추가로 물었다. 그랬더니 답변자가 “내가 언제까지 일할지 모르니 정규직이 아닌가 보네”라고 마음을 바꿨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래서 “지난해 부가조사 결과와 올해 결과를 단순 비교(시계열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그렇다고 ‘답변자의 심리 변화’에 대한 추적조사와 같은 근거를 제시한 것도 아니다. 유 교수는 “시계열 비교를 말라는 것은 정부가 국가 통계를 부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병행조사는 3·6월 경활 조사 때 했다. 8월 부가조사에선 병행조사 질문이 없다. 조사 항목이나 분류기준은 2018년 부가조사 때와 같다. 그러니 시계열 비교에 무리가 없다. 국가 통계는 그래야 한다.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전 세계에서 한국만 한다. 17년 동안 해왔다. 내용도 질문 한 개 달랑 권고한 ILO안(병행조사)보다 정밀하고, 포괄적이다. 이렇게 나온 자료를, 고작 병행조사를 내세워 부정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유 교수는 “3월과 6월의 경활 조사에서 문항을 하나 삽입했다고 8월 부가조사에서 답변자가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기적을 발휘해 비정규직이라고 답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병행조사는 몇 년 전 광주에서 시범실시를 했는데 정부가 지금 주장하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올해 계속된 고용조사에서 단시간 근로자와 정부가 돈을 퍼부어 만든 노인 일자리 같은 비정규직이 확 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급증은 추세를 반영한 것일 뿐 예견됐던 일이라는 뜻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충격을 줄이려 왜곡해선 안 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재점검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