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서 총질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리더십 위기의 발로인가 #쇄신 앞둔 기강 잡기인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당 내부를 향한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황 대표의 “내부 총질” 발언은 지난 2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좌파독재 실정 보고대회’ 강연 말미에 나왔다. “우리는 선한 경쟁자이다. 우리의 상대는 문재인 정권이다. (우리 간엔) 잘해도 박수치고, 못해도 격려하시라”며 “내부 총질하면 되겠냐”는 발언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23일 당 비공개 일일점검회의에서도 “해당(害黨) 행위” 발언을 해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당시 황 대표는 “공천룰은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 한 번만 더 공천룰 관련 발언이 협의 없이 나갈 경우 당무감사위 조사에 부칠 수 있다. 해당 행위”라며 ‘패스트트랙 가산점’을 주장한 나경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으로 리더십 문제가 제기된 지난달 31일에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익명의) 한 인사는 이랬다고 하지 말고 (주장한 사람이) 누구인지 얘기하면서 하라”고 했다. 보름 사이에 강도 높은 발언이 연이어 쏟아진 것이다.
황 대표는 이전에도 ‘내부 총질’ 같은 강한 단어를 쓴 적이 있다. 주변에선 “리더십 위기의 순간”이라고 기억한다. 실제 황 대표는 지난 7월 26일 대전시당 당원 교육 행사에서 “내부총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을 풀지 못하고 협조 안 하면 되겠냐”고 했다. 당시 황 대표는 “외국인·내국인 임금을 똑같은 수준 유지는 공정하지 않다”. “스펙 없이 큰 기업에 합격한 청년이 우리 아들”(6월) 등 실책성 발언에 더해 7월에는 “당직 인선이 친박 위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당 지지율이 본격 하락세를 타며 리더십 위기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18%까지 떨어졌던 8월, ‘조국 사태’가 본격화하며 위기 국면을 넘어갔다.
황 대표가 12월 이후 있을 당 인적 쇄신을 앞두고 본격적인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자꾸 밖에서 구시렁대고 그러지 말고, 안에서 좀 얘기를 해달라. 몇몇 사람들이 자꾸 밖에서 얘기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자중해달라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또 다른 주요 당직자도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기강 잡기’가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의 10월 5주차(29~31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3%로 40%를 기록한 민주당과의 격차가 17%포인트였다. 10월 3주차 조사에서 9%포인트까지 좁혀졌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황 대표 말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최고위원들이 ‘박찬주 보이콧’을 외친 일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의 “총질” 발언 이튿날인 3일에도 이른바 ‘총질’은 계속됐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박이 친황(친황교안)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비박(비박근혜)은 뭉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고 당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정치 초년생(황교안 대표)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나. 모두가 레밍(Lemmingㆍ들쥐의 일종)처럼 어느 한쪽 진영에 가담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 정치’ 시대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 영입이 보류된 박찬주 전 대장은 4일 오전 “(한국당이)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제가 굳이 나설 이유는 없다. 공관병 갑질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다. 황 대표가 박 전 대장 영입을 재추진하거나 ‘2차 영입인재’ 명단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