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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승무원 성추행 후 '면책특권' 쓴 몽골 헌재소장 재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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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바야르 도르지(52)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기내에서 항공사 여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도르지 소장은 현장에서 체포됐지만, 면책특권을 주장해 풀려났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장은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다"라는 외교부의 설명에 다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 [연합뉴스]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 [연합뉴스]

1일 인천지방경찰청과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도르지 소장은 지난 31일 오후 8시 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20대 여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가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항공사 직원들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의 수행원 A(42)도 20대 여성 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해 함께 체포됐다.
도르지 소장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 헌법재판소장 회의에 참석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나라로 온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소장은 면책대상 아니야"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항공기가 도착한 이후인 오후 9시 40분쯤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입국장으로 출동했으나 도르지 소장 일행을 조사하지는 못했다.
도르지 소장이 외교관 여권을 소지했다는 등 면책특권을 주장한 것이다. 주한몽골대사관 측도 도르지 소장 일행이 외교관에 해당해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에는 해당 국가 공관 소속 외교관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결국 경찰은 도르지 소장 등을 조사하지 못하고 석방했다. 하지만 이후에 외교부에 '헌법재판소장도 면책특권 대상인지' 등을 문의했다고 한다.

외교부의 판단은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다'였다. 해당 국가 공관 소속 외교관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 적용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주재하고 있는 상주 외교관은 빈 외교관계 협약 때문에 특권면제를 향유하지만, 헌재소장은 주한몽골대사관에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빈협약에 적용되지 않는다. 국제관습법상 면책특권은 국가원수, 정부 수반, 외교부 장관 등 세 직위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성추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추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도르지 소장 "회의 끝나면 입국해 다시 조사받겠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후 도르지 소장이 환승 구역 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그러나 도르지 소장의 수행원 A는 이미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한몽골대사관과 도르지 소장 측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헌법재판소장 회의가 끝나는 대로 다시 입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혀 1차 조사 후 출국할 예정"이라며 "재입국하는 대로 다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이유정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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