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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의원들 “한국 값진 동맹, 방위비 공개 압박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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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가 내년도 부터 적용될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두 차례 협상한 가운데, 미 상원의원들 사이에서 미국의 분담금 압박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30일 전했다.

공화당서도 트럼프 비판 목소리 #트럼프 작년 “한국 70조원쯤 내야” #“한국 우릴 벗겨먹는 착취국” 비판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 잭 리드 의원은 “한국이 한·미 상호 방위와 안보, 특히 북한과 관련해 상당한 기여를 하는 값진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주한미군의 새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을 한국 정부가 거의 90% 지불했는데 이를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며 "핵 없는 한반도라는 전략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오랜 동맹으로서 걸어온 길을 인식하며 방위비 분담 협상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현재, 미래 미국의 안전은 동맹의 힘에 달려 있다. 가장 가까운 나라에 공개적으로 공격을 퍼부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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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그들(한국 등 동맹국)이 더 많은 분담을 하길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신간『전선을 지키며: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를 통해 공개됐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연설비서관인 가이 스노드그래스(Guy M. Snodgrass)가 쓴 책이다.

이에 따르면 2018년 1월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외 주둔 미군 현황을 브리핑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대가로 어떤 보상이 있는지 집요하게 따졌다고 한다. 해외 주둔 미군은 아이 배를 덮는 이불처럼 결국은 미국의 안전보장을 위한 조치(blanket security)라는 매티스 장관의 대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손해보는 거래다. (한국이) 주한 미군에 1년에 600억 달러(70조800억원)쯤 내야 괜찮은 거래겠다” 2020년 기준, 주한미군 유지 비용 44억6400만 달러(5조2139억원)보다 13.5배는 더 내야 만족하겠다는 뜻이다.

비슷한 장면은 지난해 발간된 밥 우드워드의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도 나온다. 1월 19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이유를 계속 따지자 매티스 장관이 “우리는 세계 3차대전을 막기위해 주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는 장면이다.

스노드그래스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29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에 대한 위협과 전략의 부재가 미국 안보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인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며, 한국은 대규모 착취국(a major abuser)이다. 중국과 한국은 우리를 모든 곳에서 벗겨 먹는다”는 트럼프의 표현 속에 담겨 있고, 이는 2020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으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박성훈·오원석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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